“날치기가 의심되는 오토바이 소리가 들리면 절대로 쳐다보지 말라.”
청송교도소의 한 수감자가 추석 명절을 앞두고 오토바이 날치기 예방법을 담은 편지를 최근 서울 노원구청에 보내왔다.
강모씨는 편지에서 “참회의 뜻에서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펜을 들게 됐다”며 자신이 이용했던 수법을 A4용지 9장 분량의 지침서에 낱낱이 적은 뒤 각 상황별 대처법을 설명했다.
강씨는 “날치기로 의심되는 오토바이 엔진 소리에 뒤를 돌아보는 등의 경계행동을 하면 ‘금품을 많이 갖고 있다’는 표시이기 때문에 잠시 멈춰 전화를 건다거나 하는 등 태연하게 대처하면 범인의 범행의지를 꺾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강씨는 “날치기들은 길 쪽으로 맨 가방을 범행 대상으로 한다”며 “중요한 물건이 든 가방은 반드시 길 반대쪽으로 들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또 “범행 대상의 겉 모습에서 은행에 가는지, 아이를 데리러 가는지 등을 읽어낸다”며 “신발, 옷, 핸드백의 크기와 종류 등을 고려해서 외출해야 한다”고 적었다.
지침서는 날치기를 줄일 수 있는 제도 개선책도 담고 있다. 강씨는 “날치기 범인의 99%가 다른 지역에서 범행을 저지르는 점을 감안, 시민들은 번호판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고, 관계기관은 눈에 잘 띄는 부분에 지역표시를 해 구별되도록 하면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강씨는 “노원구청 공무원들이 시민 편익을 위해 제도개선 아이디어들을 냈다는 한국일보 8월17일자 ‘이건 어때요? 시민의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꾼다’는 기획기사에 감동을 받고 참여하게 됐다”고 적었다.
노원구 관계자는 “강씨의 제안을 활용할 방안을 검토하는 한편, 동료 재소자들의 동참을 독려하는 내용의 답장을 보냈다”고 말했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