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책과세상/ '한국경제 아직 늦지 않았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책과세상/ '한국경제 아직 늦지 않았다'

입력
2007.09.01 00:07
0 0

/ 정운찬 지음 / 나무와숲 발행ㆍ527쪽ㆍ2만원

“과연 산업자본(재벌)이 은행을 소유해도 좋은가.”

지금 던지는 질문이 아니다. 환란이 발생하기 직전인 1997년7월. 그 때도 금산분리(산업자본과 은행의 분리) 원칙 완화를 둘러싼 격론이 있었다. 당시 그의 입장은 확고했다.

‘재벌은행은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할 수밖에 없고, 그 결과 불공정한 경쟁이 시장을 지배하면서 금융 부문의 안정이 위협 받게 될 것이다.’ 그는 금산분리 완화론자들을 향해 “부질없는 논쟁을 끝내라”고 일갈했다.

‘한국경제 아직 늦지 않았다’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20여년간 집필한 칼럼을 모아 놓은 평론집이다. 80년대 말부터 외환 위기로 몸살을 앓던 97년 무렵, 그리고 최근에 이르기까지 한국 경제의 굴곡 많은 발자취를 따라 책장을 넘기며 저자의 날카로운 통찰력을 접할 수 있다.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두루 짚고 있지만, 저자는 집요하리만치 재벌 개혁, 금융 개혁을 주창한다. 재벌이 당장 아픈 소리를 하고 경제를 볼모로 협박한다고 개혁 속도를 늦춰서는 안 된다고,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할 말은 하면서 정부와 견제와 균형의 관계를 정립해야 한다고.

과거의 글들이지만, 단지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는데 그치지 않는다. 금산분리 논쟁처럼, 2007년 한국 경제의 첨예한 현안과 맞닿아 여전히 살아 움직인다. 물론, 문제의 성격은 조금씩 달라져 왔다.

환란 이전의 경제 문제가 과잉 투자였다면, 지금은 과소 투자가 문제의 본질이다. ‘투자 부진→소득 정체→내수 침체’의 악순환이다.

책이 내리는 처방은 우리에게 맞는 새로운 조정 메커니즘을 정착시키는 것. ‘한국주식회사’로 불리는 과거 정부ㆍ대기업ㆍ금융의 삼각 조정 메커니즘은 현재 같은 지구화 시대에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저자는 이를 위해 ‘사회적 자본’ 구축을 제안한다. 사회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기준, 규칙, 신뢰 등이다. 사회적 자본이 풍부하게 축적되면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주어진 룰에 따라 신속히 조정함으로써 경제의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다. “아직 늦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