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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고유업무는 어디까지

입력
2007.09.01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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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의 고유업무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국세청이 지난해 9월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재산 검증 작업을 벌이면서 친ㆍ인척은 물론, 해외재산 보유 여부까지 확인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무소불위 권한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세청은 "세금 탈루 의혹 검증은 통상업무"라고 해명했지만, 업무 범위와 한계에 대한 법적 근거는 뚜렷이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들이 개인자료 열람 근거로 밝힌 '국세기본법 81조6항'엔 대상자 선정에 대한 언급만 있을 뿐 조사범위는 나와있지 않다. '81조10항'(비밀유지)에서 자료 누설 및 다른 목적 이용을 금지하고 있을 뿐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당사자뿐 아니라 관계된 모든 사람의 모든 재산(해외재산 포함)을 들여다봐야 세금을 거둘 수 있는 것 아니냐"며 "형법에 경찰이 범인 잡는 방법까지 세세하게 열거하지 않는 것처럼 (국세청 고유업무를) 법에 명시하지 않은 건 상식 선에서 너무도 당연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관계자 또한 "내부규정이나 세칙에 업무 가이드라인이 있지 않겠느냐"며 "다른 목적으로 쓰지만 않으면 재산 검증에 대해 절차상 문제삼을 게 없는데 상대가 대선 후보라는 점 때문에 의혹이 커진 것"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내부규정이나 세칙에 대해선 역시 '상식'을 종용하며 얼버무렸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내부규정(혹은 세칙)의 존재 여부가 핵심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국세청 직원들이 40년 넘게(1966년 개청) 법적 근거도 없이 '세금징수'라는 명분만으로 국민들의 재산자료를 열람하면서도 이를 '당연한 일'(상식)로 여기는 게 더 큰 문제라는 것이다.

권력기관인 국세청이 정확한 법 시스템에 따라 운영돼야 하는 이유는 역대 대선에서 국세청의 개입 사례만 되돌아봐도 명쾌해진다.

대표적인 게 1997년 대선 당시 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 등 고위 간부와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동생 회성씨 등이 조직적으로 개입, 23개 기업으로부터 166억원을 불법 모금한 '세풍(稅風) 사건'이다.

91년 10월 현대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는 고 정주영 회장의 정계 진출을 막기위한 조치였다는 게 정설이다. 국세청은 현대에 1,361억원을 추징했지만, 결국 국세청의 판정이 잘못됐다는 법원 판결로 1,200여억원을 돌려줘야 했다.

전두환 군사정권 시절(83년) 잘 나가던 명성그룹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관계 때문에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고 공중분해 됐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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