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사태와 다른 게 없다."
한국일보가 20일 재야과학자의 '제로존 이론'을 둘러싼 논란을 처음 보도한 이후 갈수록 뜨거워지는 인터넷 논쟁에서 눈에 띄는 대목이다.
근거 없는 주장을 노벨상감인양 세계적 업적으로 치켜세운 <신동아> 의 과장 보도부터 과학적 검증을 외면하고 언론을 이용하는 모습, 청와대 비서실이 주도해 지원을 검토한 것 등이 모두 황우석 사태와 닮았다는 것이다. 신동아>
물론 그런 측면이 전혀 없진 않으나, 달라진 것도 있다. 우선 전문적이고 공신력 있는 집단이 신속히 검증에 나섰다. 물리학회의 검증 착수에 이어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31일 "제로존 이론은 과학이 아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또 두 기관은 각각 대언론지원단과 진실성위원회를 가동했는데, 줄기세포 파문 이후 도입된 제도가 실제 작동한다는 것도 의미 있다. "문제가 있지만 내 입으론 말 못한다"며 견해 밝히기를 꺼리던, 기존 과학계의 태도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유사 과학은 어디에나 있다. '투자만 받으면 가동될 연구기관',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자칭 아인슈타인'은 여럿이다. 그들에게 혹해 연구비를 던져주는 사람도 꼭 있다. 과학자라고 해서 늘 과학적인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세금이 이런 데 흘러가선 안 되고, 법과 제도를 뛰어넘는 권력이 이를 가능케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다행히 제로존 소동은 제도적 틀 내에서 걸러졌다. 청와대의 검토 지시는 있었으나, 연구비는 낭비되지 않았다. 과학계 또한 대중의 혼란이 없도록 적절히 대응했다.
연구 부정(황우석 사태)과 유사 과학(제로존)이 같은 차원의 문제는 아니지만, 과학계가 진일보한 것만은 분명하다. 줄기세포 논문이 허위로 드러났을 때, "우리 과학계는 이를 계기로 개선될 것이고 그래서 잃은 것이 없다"고 썼던 기억이 생생하다.
김희원 경제산업부 기자 h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