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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애나의 불편한 '유산'… 희생문화·추모병·정서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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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애나의 불편한 '유산'… 희생문화·추모병·정서교정

입력
2007.09.01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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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1일로 사망 10주기를 맞은 다이애나 전 왕세자비가 영국 사회에 희생문화, 추모병과 정서교정이라는 3가지 유산을 남겼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이애나의 사망 당시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에 ‘추모병_다이애나 이후(AD, After Diana)의 영국’이란 기사를 썼던 믹 흄기자는 31일 같은 신문에서 다이애나의 죽음에 대한 반응들이 현재까지 대중의 행동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3가지 유감스러운 유산을 꼽았다.

그는 다이애나의 생애가 영국에 미친 영향은 고인의 자질 여부와 상관 없으며 대신 다이애나란 인물이 광범위한 사회적 조류를 구현했다고 보았다.

▦ 희생문화

흄은 다이애나가 생전에 “고통이 있는 곳은 어디든지 내가 가고 싶은 곳이다”고 자주 말함으로써 사회적 희생자들의 수호성인이 됐다고 말했다.

다이애나 역시 폭식증에서 간통까지 개인적인 고뇌를 겪었다.

이로 인해 다이애나는 고통이 일종의 미덕으로 여겨지던 시대에 고통을 대변하는 대표적 인물로 추앙 받았다.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과 같이 희생문화의 대표적 아이콘이 된 것이다. 최근 런던에 세워진 만델라의 동상을 보면서 대중은 그가 자유를 위해 투쟁했던 기억보다 핍박과 고통 받았던 사실만 떠올리고 있다고 흄기자는 지적했다.

▦ 추모병

흄은 갈수록 원자화하고 외로워지는 사회에서 대중은 자신들의 감정을 대리 표출할 수 있는 대상을 찾는다고 지적한다. 다이애나의 죽음은 대중이 간접적인 경험을 통해 공통적인 감정을 이끌어낸 대표적 사례이다.

이처럼 진지하면서도 실제 본심이 아닌 슬픔(추모하는 행위)은 사회적으로도 좋은 감정이란 인식을 얻게 된다. 이후 대중은 다이애나 보다 덜 유명한 사람의 죽음을 두고서도 추모하는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 정서교정

흄은 다이애나의 사망에 대한 반응은 자발적인 것이라기보다 정치와 언론에 의해 조작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치와 언론은 대중과 정서적인 소통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대중에게 한 가지의 정서(슬픔)를 의도적으로 강요한다는 것. 이 같은 정서교정은 곳곳에 존재한다.

토니 블레어 전 총리가 추도 연설에서 다이애나를 ‘국민 왕세자비’로 표현하거나 타블로이드 신문이 장례식 때 “모든 영국 국민들이여 침묵하라”고 보도한 것이 그러한 사례이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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