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민주노동당 대선 주자 3인 TV 토론회에서 심상정 경선후보는 "1,500만 노동자와 그 가족을 합치면 국민의 80%"라며 "그들의 지지를 받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말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다. 대한민국에 노동자가 그렇게 많은데 어떻게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정당의 지지율이 4.0%(8월 22일 문화일보 여론조사)에 불과할까? 계급적 성분과 지지 정당의 상관관계를 단선적으로 보면 안 된다는 것이 사회학의 상식이지만 그래도 좀 너무 심하다. 왜 그럴까?
이 질문에 답하기 전에 좀 다른 얘기를 해 보자. 얼마 전까지 피 튀기게 싸운 한나라당 대선 주자 토론회.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의 한 판 열전이었다.
주제는 점잖게 말해 비리 의혹과 그에 대한 비난 내지는 공박, 쉽게 말하면 "너 같은 나쁜 자가 대선에 나가서 노무현 떨거지를 이길 수 있겠어?"였다. 그래도 한나라당은 여전히 정당 지지율 50%가 넘는다.
● 지지율 4%가 말하는 진실
열린우리당 떨거지에 불과한 민주신당 토론회는 어떠한가? 도무지 이건 누가 어떻게 왜 나왔는지를 가늠하기 어렵다. 특전사령부(공수부대) 대원들을 멧돼지 잡는 데 쓰겠다고 하는 수준의 공약이면 말 다했다. 애들 장난이다.
이런 수준 이하의 공약을 제시하는 인사를 위해서 컷 오프를 하고, 거기에 적지 않은 국민 세금(정당 보조금)이 들어가는 현실은 코미디다.
다시 중요한 원래 질문으로 돌아가자. 민노당은 그토록 많은 잠재적 지원 세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왜 이러한 지지율과 관심에 머물러 있어야 하는가? 한 지인이 하시는 말씀이 "사람들이 안 보니까"라고 했다. 적확한 지적이다. "안 보니까"는 첫째, 언론이 잘 보도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언론은 될 사람들 얘기를 한다. 쉽게 말하면 1등, 2등, 힘이 센 세력에 관심이 있다는 말이다. 안 될 사람들 얘기에는 별 관심이 없다. 민노당 후보가 대통령이 될까? '안될 것으로 본다'가 아니라 안 된다. 어차피 안 된다. 그러면 무의미한가? 그건 더더구나 아니다.
될 사람을 찍어야 하는가? 이젠 아니다. 둘 다 민주화 운동을 했다고, 안쓰럽다고 DJ와 YS 중 누구 한 사람은 먼저 시켜줘야 하는데 하는 순진한 고민을 할 시대는 지났다.
노무현과 이회창 중에서 과연 누가 될까를 염려하면서 민노당 후보를 찍으면 혹시 '당나라당'이, 또는 '얼떨리우스들'이 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해야 하는 시대도 이젠 아니다.
민노당 후보는 어차피 대통령이 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가 얻은 표는 우리 사회 발전의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따라서 민노당 후보는 선전해야 한다. 이유는? 가치 때문이다. 명목 상이라도 우리 사회의 대다수가 서민이라는 주장을 끊임없이 외치는 정당은 민노당이다.
민노당은 본질을 훼손하면서 외연을 늘리면 망한다. 쪽수 모은답시고 물을 타면 소금이 아니라는 얘기다. 반면에 본질을 지키겠다고 현실적인 세를 소홀히 하면 정당이 아니다. 민노당의,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정통 좌파 정당의 딜레마는 바로 이것이다.
● 이제 시대 착오 벗어나야
민노당이 10% 이상의 지지율을 획득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그 지지자들의 목소리가 우리 사회에 의미 있게 반영되기를 기대한다. 다만 그러려면 민노당 사람들은 이제 좀 변화를 해야겠다. 권영길 후보를 민노당 내 민족해방(NL)파가 지지했고, 또 누구는 민중민주(PD)파가 지지했다고 하는데 그야말로 시대착오다.
나 같은 보통 사람은 NL, PD가 무슨 말인지 모른다. 일찍이 사회주의의 타락 일보 직전에 민노당 사람들이 존경의 염을 접지 않을 블라디미르 일리치 레닌'선생'은 이렇게 말했다.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를!" 참고로, 필자는 민노당의 대북 정책이나 부유세 정책은 순진 내지는 시대착오의 극치라고 본다.
이광일 논설위원 ki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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