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ㆍ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은 최근 정의선 기아차 사장 등 그룹 경영진에게 "글로벌 경영이 중대 고비를 맞고 있어 체질강화를 통한 경쟁력 제고에 총력을 다하라"라는 강도 높은 메시지를 던졌다.
정회장의 지적은 원화 강세에 따른 가격경쟁력 약화, 고유가, 선진업체와의 기술 경쟁 및 중국의 추격에 따른 위기감에서 나온 것으로 세계 일류 자동차 회사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체질 강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대차가 세계 자동차업계에서 빅4로 부상하기위해서는 글로벌 경영에서 성과를 거두는 것이 긴요하다. 해외 전략지역에 대한 생산, 판매망 구축과 브랜드 가치를 획기적으로 올리지 못한다면 빅4 진입은 구두선에 그칠 수밖에 없다.
현대차의 브랜드 가치는 아직 세계 시장에서 높지 않다. 현대차는 최근 수년간 품질경영 드라이브를 걸면서 브랜드 가치가 상승했지만, 아직은 도요타 등 선진업체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다.
최근 브랜드 컨설팅그룹 인터브랜드가 발표한 '2007년 세계 100대 브랜드'에 따르면 현대차의 브랜드가치는 44억5,3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9% 상승하고, 순위도 72위로 3계단 올랐다.
자동차업종만 놓고 볼 때 도요타(6위)와 메르세데스벤츠(10위) 등에 이은 8위 수준이다. 100대 브랜드 중 자동차업체가 13개나 되는 만큼 현대차는 중하위권에 그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현대차의 글로벌 경영이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해외생산 및 판매 확대, 노사 관계 안정 등의 2가지 과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실제 올들어 현대차의 주요 세계 시장 판매 성적은 신통치 않다. 특히 세계 3대시장인 중국과 유럽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의 경우 올해 상반기 판매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2%나 줄어든 12만4,051대에 그쳤다. 2002년 12월 중국에 공식 진출한 이후 가장 저조한 성적이다. 기아차는 상황이 더욱 좋지 않다.
중국시장에서는 6월 7,522대를 판매해 지난해 6월보다 32,8%나 감소했다. 같은 기간 중국 자동차 시장이 30%나 성장한 것을 감안하면 적신호가 켜지고 있는 것이다. 해외시장 전체로도 현대·기아차의 올 상반기 판매 실적은 154만3,0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2만8,000대가량 줄었다.
전략시장인 중국에서 현대차가 고전하는 것은 효과적인 현지화 전략을 구사하지 못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가격 인하 경쟁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고 중국형 저가 차종을 늦게 출시한 점이 꼽힌다.
실제로 경쟁업체들이 중국시장에 새 차를 내놓으면서 가격까지 낮췄지만 현대차는 기존 가격을 고수하다가 뒤늦게 가격을 인하했다.
현대차의 앞날에 드리워진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불안한 노사관계. 자동차협회 관계자는 "고유가와 엔저를 극복하려면 기술개발과 함께 경쟁국에 비해 높은 생산 단가를 낮추도록 노사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는 "지금과 같은 원고, 내수 정체 및 수출 감소, 파업, 임금인상이 2~3년 지속된다면 현대차는 글로벌 경쟁력 상실이라는 위기상황을 맞게 된다"고 경고했다.
현대차의 노사문제는 생산력 상실로 이어지고 있다. 상반기에 4,400억원의 원가 절감을 달성한 현대차의 올 한해 원가절감 목표는 모두 1조원이다. 그러나 현대차의 매출액 대비 제조원가 비중은 83.8%(2006년 기준)에 달해 심각한 수준이다.
도요타가 혹독한 원가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통해 제조원가 비중을 70%대로 유지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매년 반복되는 노조의 강성투쟁이 갈 길 바쁜 현대차를 위협하고 있는 셈이다.
유인호 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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