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업계에 '식별 번호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식별번호란 011(SK텔레콤), 016(KTF), 019(LG텔레콤)처럼 서비스 업체를 나타내기 위해 휴대폰 번호 맨 앞에 부여한 숫자. 현재 기존 가입자들은 011, 016, 017, 018, 019 등 업체별 식별번호를 계속 사용하고 있지만, 신규 가입시엔 010을 써야 한다.
식별번호 전쟁의 발단은 LG텔레콤이 영상통화가 가능한 '리비전A'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기존 019번호를 그대로 사용하겠다고 하면서부터 불거지고 있다.
LG텔레콤은 리비전A 서비스가 현 2세대 음성 통화망을 그대로 이용하는 만큼 종전대로 019 번호사용을 고집하는데 반해, KTF는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인 '쇼'처럼 010번호를 새로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SK텔레콤이 LG텔레콤 편을 들고 나서면서, 싸움은 점점 더 복잡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LG텔레콤이 9월말부터 선보일 리비전A는 2세대 이동통신인 기존 음성통화망을 이용해 영상통화와 고속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동통신 기술이다.
기존 음성통화망에 영상통화와 빠른 무선인터넷 기능을 추가하는 수준인 만큼, '019' 번호를 그대로 사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LG텔레콤 관계자는 "리비전A는 기존 음성통화망을 이용하므로 사용자 입장에선 영상통화와 무선인터넷을 신속하게 쓸 수 있도록 휴대폰을 바꾸는 단순 기기변경에 해당한다"며 "새로 가입하거나 요금제를 바꿀 필요가 없으므로 기존 019 번호를 그대로 사용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의 번호변경 번거로움을 없애줘야만 리비전A 서비스를 안착시킬 수 있다는 게 회사측의 판단이다. 019 식별번호를 고수하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KTF의 생각은 다르다. 영상통화가 가능한 새로운 기능이 추가된 신규 서비스이므로 리비전A도 010 번호를 새로 부여해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KTF 관계자는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를 위해 KTF와 SK텔레콤이 망 구축, 마케팅 비용, 주파수 사용대가 등으로 8조5,706억원을 투자하고 기존 번호를 포기했다"며 "투자비가 미미한 LG텔레콤이 번호마저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똑 같은 영상전화를 하면서, KTF의 '쇼'는 010으로 번호를 바꿨는데 리비전A만 그냥 둘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 동안 양 사 싸움에 침묵을 지켜오던 SK텔레콤이 LG텔레콤 편에 서기 시작하면서, 싸움은 복잡해지고 있다. 010번호를 새로 적용해야 한다면 자신들도 리비전A 서비스를 하지 않겠다는 것.
SK텔레콤 관계자는 "010 번호를 적용해야 한다면 굳이 서비스를 해야 할 이유가 없다"며 "신규서비스가 아닌 기기변경이라고 보기 때문에 기존 번호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리비전A 서비스 시행 여부는 미정"이라며 "만약 내년에 도입한다면 영상통화, 무선인터넷 등 서비스 내용을 3세대인 HSDPA와 동일하게 제공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정보통신부는 최종결정까지 섣부른 입장표명을 삼가해왔다. 그러나 유영환 장관내정자는 30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리비전A는 3세대 서비스라고 생각한다"고 밝혀 사실상 KTF측 손을 들어줬다.
그는 "현행 전기통신사업법 세칙상 이용자가 2㎓주파수를 이용하는 서비스로 이동하지 않으면 기존 번호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010으로 옮겨야 한다"면서 "그러나 사업자 의견이 서로 다르고 010 번호통합정책에 배치되는 부분이 있어 고민"이라고 덧붙였다.
정통부는 다음달 중 LG텔레콤 리비전A 방식의 식별번호 방침을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2세대 이동통신: 옛 '카폰'같은 아날로그방식 이동통신(1세대)이후 나온 디지털방식의 무선통신. 현재 쓰고 있는 CDMA방식의 휴대폰이 모두 여기에 속한다. 1세대에 비해 통화품질이 우수하고 무선데이터가 가능하다.
3세대 이동통신: 데이터 내려받기 속도가 14.4Mbps로 빨라졌고, 영상통화가 가능하다. 국내에서는 고속하향패킷접속(HSDPA) 방식을 사용하는데, SK텔레콤의 '3G플러스', KTF의 '쇼' 등이 대표적이다.
리비전A: 2세대 이동통신을 개량해 무선인터넷의 데이터 전송속도를 3.1Mbps로 높였다. 데이터 처리속도는 HSDPA보다 떨어지지만 3세대처럼 영상통화가 가능하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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