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무장 단체에 마지막까지 억류돼 있던 한국인 피랍자 7명이 30일 밤 탈레반 억류 지역에서 풀려났다. 이에 따라 탈레반에 의해 피살된 배형규 목사, 심성민씨를 제외한 피랍자 21명이 피랍 43일 만에 전원 석방됐다.
아랍권 방송인 알 자지라는 “탈레반 측이 억류하고 있던 한국인 피랍자 7명이 이날 오후(현지시간) 부족원로들에게 넘겨졌다”고 보도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이들은 상당히 먼 지역에서 가즈니 지역으로 이동해 오기 때문에 우리 측이 신병을 확보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린다”고 밝혔다.
정부는 풀려난 피랍자 7명을 29일 석방된 12명과 함께 이르면 31일 귀국시킬 방침이다. 29일 석방된 피랍자 12명은 이날 오전 가즈니 지역 미군기지에서 카불로 이동, 휴식 겸 귀국 절차를 밟고 있다. 청와대 천호선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한국인 피랍자 19명 전원이 이번 주말 국내에 도착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사태가 마무리 됨에 따라 정부는 조만간 이번 사건 해결 과정에서 소요된 제반 비용에 대해 피랍자와 교회 측에 구상권(求償權)을 행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피랍자들이 안전하게 귀국한 뒤 이번 사태의 본질과 책임 소재 등에 대한 문제를 점검해야 한다”며 “정부는 그동안의 사용 비용을 피랍자 가족이나 교회 측이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고, 가족이나 교회 측도 사실상 동의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샘물교회 권혁수 장로는 “석방자들의 귀국 항공료와 희생자 2명의 운구비를 교회에서 전액 부담키로 했다”며 “병원 치료비 문제 등에 대해서는 가족들과 함께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향후 구체적 구상권의 범위를 놓고 정부와 샘물교회 및 가족들 간 논란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정부 당국자는 “구상권에 대한 제반 사항은 가족들과 협의해 처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우리 정부와 탈레반 측이 몸값 지불에 대해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거액의 몸값이 탈레반 측에 전달됐다는 설이 제기됐다. 아랍권 방송인 알 자지라는 이날 “정확한 액수를 밝힐 순 없지만 한국 측이 탈레반에 현금을 줬다고 아프간 고위 당국자가 말했다”며 “약 2,000만파운드(약 378억원)를 지불했다는 소문이 떠돌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두바이=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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