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 레인의 타이슨 가이(25ㆍ미국)와 5번 레인의 우세인 볼트(자메이카)의 모습은 자못 대조적이었다.
가이는 고개를 약간 숙인 채 담담한 표정인 반면, 볼트는 성호를 그린 뒤 오른손 검지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비록 모습은 달랐지만 한 차례 부정출발로 인한 재경기에 따른 긴장을 풀기 위한 동작들이었다.
출발 반응속도 0.143초로 8명 중 가장 빨리 스타트를 끊은 가이는 코너를 돌면서 가속도를 더 붙였다. 가이는 결승선 30여m를 남겨놓고는 2위 볼트와의 격차를 더 벌렸다. 가이는 19초76의 대회신기록으로 우승, 볼트는 19초91로 2위, 월리스 스피어먼(미국)은 20초25로 동메달을 차지했다. 대회신기록은 95년 마이클 존슨(미국ㆍ19초79) 이후 12년 만이다.
‘검은 탄환’ 가이가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사상 세 번째로 ‘스프린트 클럽’에 가입했다. 가이는 30일 일본 오사카 나가이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07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200m 결승에서 볼트와 스피어먼을 제치고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로써 지난 26일 벌어진 100m에서 9초85의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던 가이는 200m마저 거머쥐며 모리스 그린과 저스트 게이틀린(이상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스프린트 클럽’ 회원이 됐다. ‘스프린트 클럽’이란 한 대회에서 100m와 200m를 휩쓴 선수에게 붙여지는 호칭이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가이는 라이벌들과의 상대전적에서도 압도적인 우위를 이어갔다. 가이는 볼트에 5승1패, 스피어먼에 6승1패를 기록했다.
한편 아들을 낳은 지 8개월 밖에 안된 야나 로린슨(호주)은 여자 400m허들 결승에서 53초31을 기록, 세계기록(52초34) 보유자이자 디펜딩 챔피언인 율리야 페촌키나(러시아ㆍ53초50)를 누르고 금메달을 땄다.
여자 해머던지기에서는 무명의 베티 하이들러(독일)가 74m76으로 통산 세 번째 우승을 노렸던 입시 모레노(쿠바ㆍ74m74)를 단 2㎝ 차이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지난해 도하 아시안게임 우승자인 장웬슈(중국)는 3위에 올라 중국에 첫 메달을 안겼다. 어빙 살라디노(파나마)는 남자 멀리뛰기 결승에서 8m57로 앤드류 호위(이탈리아ㆍ8m47)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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