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30일 1박2일 일정으로 전남 구례 지리산 자락의 한 호텔에서 '경제 대통령 이명박, 민생정당 한나라당'이라는 주제로 국회의원ㆍ당협위원장 합동연찬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는 경선 기간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전 대표 측으로 나뉘어 극한 대결을 하면서 쌓인 앙금을 없애자는 취지로 마련됐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했다. 당 사무처에 따르면 행사 시작 시간인 오후 3시30분 현재 전체 참석 대상자 253명 가운데 136명만 참석했다.
절반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국회의원은 129명 중 70명, 원외 당협위원장은 124명 중 66명만 참석한 것으로 집계됐다. 불참자는 대부분 박 전 대표 캠프에서 일했던 인사들이다.
특히 캠프 핵심 인사들은 모두 빠졌다. 정책메시지단장이었던 유승민 의원, 비서실장을 맡았던 유정복 의원, 공동대변인이었던 이혜훈 의원은 경선 기간 누적된 피로를 이유로 불참했다.
유기준 김재원 의원 등은 연찬회 참석을 놓고 저울질하다 결국 불참했다. 최경환 김무성 의원은 해외 체류 중이다. 이정현 대변인과 구상찬 공보특보 등 원외 출신 인사들도 대부분 불참했다. 친박 의원 중 참석한 인사는 한선교 김기춘 김학송 의원 등 9명에 불과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 후보 측 인사들 사이에서도 "연찬회를 여는 의미가 퇴색됐다"거나 "차라리 연기하는 것이 나을 뻔했다"는 말이 나왔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강재섭 대표는 "정치적으로 해결할 문제는 정치의 장에서 풀어야 한다"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이방호 사무총장도 "박 전 대표 측 인사가 대거 불참한 것을 두고 언론의 관심이 많은 것 같다"면서 "누가 참석하면 화합이고 누구를 앉히면 탕평인사고 하는 단세포적 생각은 하지 말자"고 당부했다.
사무처는 박 전 대표 측 반발을 불러 왔던 대운하 공약 설명회 일정을 긴급 취소하고 중국 CCTV가 제작한 '21세기 대국의 길'이란 다큐멘터리 상영으로 대체했으나 결국 허사에 그쳤다.
박 전 대표 측 한 인사는 "경선 기간 내내 대운하 공약을 비판했는데 지리산까지 가서 설명회를 들으라는 게 말이 되느냐. 패자에 대한 배려가 없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지도부와 참석자들은 덕담을 주고 받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강 대표는 "이제 각 캠프는 해체됐으며 한나라당이라는 베이스캠프를 차려 정권 교체라는 정상 정복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경선후보였던 홍준표 원희룡 의원도 참석, 화합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오후 3시30분께 시작한 연찬회 첫날은 당 지도부의 인사말과 당무보고, 다큐멘터리 상영, 이 후보의 강연 순으로 진행됐다. 이어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화합의 만찬'에서는 반주를 곁들이며 경선기간 쌓였던 회포를 풀었다. 둘째 날인 31일엔 참가자들이 모두 지리산 노고단 정상을 함께 오르면서 또 한번 화합 의지를 다질 계획이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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