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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불혹넘은 지금도 장난감 유혹엔 못이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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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불혹넘은 지금도 장난감 유혹엔 못이겨요"

입력
2007.08.31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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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평생 살면서 부모나 혹은 식기(食器) 만큼 많이 사용하는 것이 장난감입니다. 인성을 형성하는데 장난감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 생각해보셨나요? ”

시가 20억원, 1만5,000점의 장난감을 모은 장난감 수집가 김혁(43)씨. 그가 최근 자신이 연재하던 장난감 관련 블로그의 내용을 <나는 장난감에 탐닉한다> (갤리온 발행)이라는 책으로 엮었다.

초등학교 시절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대학시절까지 버리지 않고 있었던 ‘조금 특별한 어른’ 정도였던 김씨가 본격적으로 자신만의 ‘장난감 세상’ 을 꾸미게 된 것은 방송국의 어린이드라마 구성작가로 일하던 16년 전. 1991년 다큐멘터리 기획차 영국 런던에 출장갔다가 우연히 노팅힐역 인근에 펼쳐진 벼룩시장을 찾은 것이 계기다 됐다.

빅토리아 시대의 영광을 재현하는 듯한 꼭두각시 인형, 세월의 흔적을 품은 채 태엽을 감고 있는 양철로버트, 오래된 테디베어 등 어마어마한 세월의 더께가 쌓인 장난감들을 그는 넋을 잃고 바라봤고 그 길로 장난감 컬렉터의 길을 걷게 된다.

남들이 해외출장을 가면 구치와 루이뷔통을 고르는 동안 그는 마텔(바비 인형을 제작하는 미국의 장난감 회사), 반다이(건담을 제조한 일본회사) 의 희귀장난감을 구하기 위해 도시의 골목골목을 헤집고 다녔다. 때로는 한번에 4,000만~5,000만원을 들여가며 장난감을 구입하기도 했고, 지금도 연평균 2억원(시가기준) 상당의 장난감을 사들인다.

1만원짜리 못난이 3형제인형부터 9,000만원을 호가하는 독일 슈타이프사의 황금테디베어(눈을 블루사파이어와 다이아몬드로 장식, 순금메달을 메고 있음), 1930년대 할리우드 스타 베티 데이비스가 수집한 1920년대 사자와 코끼리 봉제장난감 등 종류도 가지가지,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그는 하고 많은 수집품 중에 왜 장난감을 수집하느냐고 질문하자 “장난감을 통해서 한 시대의 풍경을 유추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우리나라 1970년대에는 유해한 재질의 조악한 장난감이 대부분이었다. 품질관리나 아이들의 건강에 대한 고려없이 그저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 지상과제였던 당시 우리사회의 단면을 볼 수 있다는 것.

1980년대 들어와서는 엇비슷한 일본캐릭터 장난감의 복제품들이 판을 쳤는데 이는 ‘품질관리는 했지만 여전히 개성이라고는 존중하지 않는 군사정권의 영향’이라고 그는 분석한다. 1990년대 이후 이른바 ‘세계화 바람’이 불면서 장난감의 대부분이 수입품으로 바뀌었다.

김씨는 아직도 장난감을 단지 ‘어린이들이 갖고 노는 것’으로 취급하고 장난감을 좋아하는 어른들을 ‘피터팬 신드롬’에 걸린 퇴행적 인간으로 백안시하는 우리 사회의 시각이 안타깝다. 그는 “요즘 뉴욕의 소호나 도쿄의 시부야에서는 팝아트를 결합시킨 장난감이 높은 가격에 팔릴 정도로 장난감은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며 “우리도 문화적 엄숙주의를 극복하고 장난감을 하나의 생활문화로 볼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장난감을 수집하느라 아직도 부모님 등 7명의 식구가 1억5,000만원 짜리 전셋집에 살고 있다는 그. 그러나 그는 물질적으로 조금 부족함을 느낄 뿐 마음은 누구보다도 부자라고 활짝 웃었다. 장난감을 접하고 살았던 그의 세 자녀들이 여느 아이들보다 뛰어난 감수성과 창의성을 보이기 때문. 옷걸이에 걸려있는 옷을 보고 초등학교시절 “옷걸이가 옷을 들고 있다”고 비유해 자신을 웃음짓게 했던 큰 아들 재웅(17)은 그래픽디자이너를, 둘째 성웅(15)은 만화가를 꿈꾸고 있다.

현재 박물관 기획과 컨설팅, 컨텐츠를 공급하는 와일드옥스 엔터프라이즈를 운영하고 있는 김씨는 “인구 10만~20만명의 소도시라도 하나씩 장난감 박물관을 가진 유럽이 부럽기만 하다”며 “장난감의 과거, 현재, 역사를 모두 보여줄 수 있는 장난감 테마파크를 만들어보는 것이 평생 꿈”이라고 말했다.

● 김혁씨가 권하는 연령대별 장난감

■ 미취학아동

흙 , 나무, 모래 등 직접 만지고 반죽해볼 수 있는 재질로 된 자연친화적인 장난감을 권했다. 어리면 어릴수록 장난감을 입에 넣으려 하기 때문에 뾰족하거나 유해한 물질로 만들어진 것인지의 여부는 꼼꼼히 확인해야한다. 그는 "이 연령대 최고의 장난감은 만지고 꼬집어보고 핥아도 찡그리지 않고, 말도 할 줄 아는 부모님"이라고 말했다.

■ 초등학교 저학년

그는 선정적, 폭력적인 내용이 아니라면 컴퓨터 게임이 이 연령대에 권해볼만한 놀이라고 권했다. 이 연령대의 어린이가 한 자리에서 게임만큼 오랜 시간 집중 할 수 있는 놀이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집중력을 키워줄 수 있고, 부모가 게임시간을 지키도록 통제만 잘 한다면 아이들에게 자제력도 길러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 초등학교 고학년

각종 퍼즐이 이 연령대에 적합하다고 그는 말했다. 퍼즐은 이리저리 맞춰보는 과정을 통해 문제해결능력을 키우고 '갇힌 사고를 깨뜨림'으로써 창의력을 키워주기 안성맞춤인 장난감이라는 설명이다. 상자 안의 구슬을 이리저리 굴려 구멍에 넣도록 하는 식의 밸런스 퍼즐이나 퍼즐을 돌려 구슬을 특정위치로 넣거나 이동시키는 스핀퍼즐 등이 대표적이다.

● "상상력 자극하는 장난감이 좋죠"

김씨는 좋은 장난감을 고르는 비결로 "장난감은 공산품이라는 선입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위의 여러 물건들을 이용해 특정한 사물을 만들어보이는 일을 권할 만하다.

예컨대 밥그릇 2개를 엎고 단추 2개를 붙이면 '눈사람' 을 만들 수 있고, 손수건을 말아서 단추 2개를 결합하면 '쥐'를 만들 수 있는 식이다. 실패와 고무줄 등을 활용한 '실패탱크' 같은 것도 좋은 장난감이다. 또한 정형화돼있는 캐릭터 장난감보다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블록류가 어린이들에게 좀더 좋은 장난감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이와 함께 요즘 장난감들은 플라스틱 일색이지만 비단으로 만든 테디베어나 천으로 만든 인형, 양철 로봇 등 다양한 재질의 장난감을 갖고 놀도록 하면 다양한 감각을 익힐 수도 있다. 이베이나 옥션 등에서 장난감을 구입하는 방식도 그는 권하지 않았다. 사진과 실물이 실재가 다르고 가격도 터무니 없이 비싼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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