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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근준의 거꾸로 예술 바로 디자인] 타다노리 요코오 실험적 작품들서 '팝콘정신'을 엿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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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근준의 거꾸로 예술 바로 디자인] 타다노리 요코오 실험적 작품들서 '팝콘정신'을 엿보다

입력
2007.08.31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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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한복판에 위치해 ‘국토의 배꼽’이라 불리는 효고현 니시와키시에서 타다노리 요코오가 태어난 것은 쇼와 천황이 즉위한 지 11년째 되던 1936년이었다. 그를 이해하려면, 일본의 1930년대생 청년들이 묘한 변환기의 세대라는 점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제국에서 태어나 패전국의 젊은이로 교육받은 1930년대생들은, 구시대의 일본적 가치관과 패전 후 몰려들어온 미국적 가치관 사이에서 갈등하며 성장했다. 그들은 패전국의 모멸이 무엇인지를 너무 어리지도 너무 늙지도 않은 나이에 경험했으나, 정작 성인이 됐을 때 일본의 경제는 한국전쟁의 특수를 통해 급속히 회복된 상태였다.

청년 타다노리 요코오의 이름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것도 그러한 세대의 교차점에서였다. 1965년 긴자 마츠야에서 열린 그룹전 <페르소나> 에서 혁신적인 포스터를 선보인 그는, 단숨에 기린아로 주목을 받았다.

선언문격인 포스터 <타나노리 요코오> (사진)의 중앙엔 욱일승천기의 햇살을 배경으로 목을 매어 죽은 남자가 보인다. 화면의 네 귀퉁이엔 교육 체제를 모욕하는 이미지와 타다노리 요코오의 한 살 반 때 사진, 그리고 상단 양쪽으로 폭발하는 후지산과 달리는 기관차의 이미지가 배치됐다. 그리고 맨 하단엔 “29세의 정점에 도달했을 때, 나는 죽었다"라고 적었다.

다이쇼/쇼와 시대의 버내큘러 디자인 문법을 차용해 모던 디자인과의 단절 의식을 표출하는 이 작업은 다층적으로 해석된다. 일본적인 팝아트의 도상일 수도 있고, 서구적 가치를 맹종하는 세태에 일침을 가하는 메시지일 수도 있다. 따라서 당시엔 논란거리가 되기에 충분했다.

이후 청년 타다노리 요코오는 실험극의 선구자인 슈지 테라야마, 그리고 부토의 창시자인 타츠미 히지카타 등과 함께 작업했고, 타츠히코 시부사와, 유키오 미시마 등의 쟁쟁한 문인들과 교유하며 실험적 작품을 쏟아냈다.

1968년에는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전시 <말과 이미지> 에 참가했는데, 미국의 관객들은 그를 시대정신을 가장 잘 표현하는 팝아티스트라고 추켜세우며 환호와 갈채를 보냈다.

그러나 정작 작가 자신은 “소비사회의 상징으로서의 대량생산제품에 관심을 가지는 팝아트와 달리, 모던 디자인의 세계에 속하지 못하는 잡다한 시각적 요소를 수집하는 데서 작업을 시작한다”고 주장하며 팝아트와 거리를 뒀다.

안타깝게도 그의 최전성기는 약 5년에 불과했다. 1970년 교통사고를 당한 뒤 그는 귀신의 환영에 시달리기 시작했고, 같은 해 11월 가까운 친구였던 유키오 미시마가 할복 자살해버렸기 때문에 큰 충격을 받았다. 한동안 작업을 멀리한 채 불교와 인도의 신비주의를 공부했다.

이후 비틀즈, 어스 윈드 앤 파이어, 에머슨 레이크 앤 파머, 산타나 등을 위한 디자인으로 유명세를 탔지만, 만다라 풍의 구도를 동원한 작업들은 초기작에 비하면 힘이 약했다.

그의 작업을 볼 때면 나는, 필립 딕의 소설 <높은 성의 사나이> (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과 독일이 승리했다는 가정 아래, 역전된 형태로 전개되는 물질문화의 지형을 그렸다)를 떠올리곤 한다. 전후 독일에선 어느 누구도 제3제국 시절에 향유했던 버내큘러 디자인의 요소를 재활용하지 못했다.

그런데, 어째서 전후 일본의 디자이너는 ‘역사성의 아우라’에 기댄 채 ‘버내큘러 도상의 미적 마조히즘’을 만끽할 수 있었을까? 생전의 유키오 미시마는 타다노리 요코오 작업의 핵심을 “팝콘 정신”라고 말했다. 그 정신의 성분을 분석해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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