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30일 국내외 독점 기업의 폐해를 막고 외국 자본의 국내 전략 기업 인수합병(M&A)을 차단하기 위해 반독점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중국 정부가 이미 제정한 물권법(사유재산법), 기업파산법과 함께 3대 시장 입법으로 불려왔다는 점에서 이번 제정은 중국 시장경제의 법적 체계가 어느 정도 골격을 갖추게 됐음을 의미한다.
내년 8월부터 시행될 이 법은 우선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다국적 기업에게 타격을 주고 장기적으로는 중국 국영 기업 재편 등 산업 구조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가 이날 통과시킨 반독점법은 ▦독점기업 범위와 제한 ▦외국기업의 중국 기업 M&A 제한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우선 이 법은 외국 자본이 중국 기업을 인수 합병할 경우 중국 국가 이익을 해치는지 여부를 검토하는 국가안전심사, 중국 국내 시장 점유율이 25%가 넘어가는지를 검토하는 경영자독점심사를 받도록 해 국내 전략기업 보호의 안전망을 명문화했다.
지난해 미국 칼라일그룹이 중장비 전문 기업인 쉬콩(徐工)을 인수하려 하자 중국에서는 전략산업에 대한 M&A를 방지할 필요가 있다는 강한 여론이 형성됐고, 반독점법은 이 여론을 반영한 것이다.
이 법은 또 개별 기업이 50%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갖거나, 2개 기업이 시장의 3분의 2를 독점할 경우 또는 3개 기업이 4분의 3을 차지할 때 독점으로 규정, 시장 지배력을 낮추는 각종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이 법은 사회공공이익에 부합할 경우 경영자집중(독점)을 허용할 수 있도록 규정, 독점적 위치에 있는 국유 기업들에 대한 악영향을 최소화했다.
전문가들은 이 법으로 인해 중국 시장 점유율이 95%에 달하는 MS와 타이어시장의 70%를 점유한 미쉐린 등 일부 다국적 기업들에게 상당한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국유기업이 독과점하는 철도, 운송, 항공, 석유, 천연가스, 통신업종과 다국적기업이 강세인 컴퓨터운영체제(OS), 감광재료, 타이어, 인터넷설비, 카메라, 프린터 업종 등의 경쟁 구도도 달라질 전망이다. 하지만 이 법은 새로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에게는 국유기업의 아성을 깰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
이 법은 한국기업에게도 상당한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이나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 내수 시장 진출 기회를 동시에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독점법은 중앙ㆍ지방정부가 해외 또는 중국 내 다른 지역의 상품반입에 대한 기술, 제품검사, 수수료 표준업무 등에 있어 차별적 조치를 취하지 못하도록 해 우리 기업들의 중국 내수 시장 진출을 도울 수 있다. 하지만 반독점법 규정이 포괄적이고 모호해 중국 감독당국의 자의적 운용을 경계할 필요도 있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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