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간 해외에서 망명생활을 해왔던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가 다시 파키스탄 정계로 돌아온다.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과의 권력 배분 합의가 임박함에 따라, 이슬람권 최초의 여성 총리로 주목 받았던 그가 다시 한번 총리에 올라 명예회복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런던에 망명 중인 부토 전 총리는 29일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무샤라프 대통령의 참모총장 사임 합의 사실을 전하면서 내년 초로 예정된 총선 출마 의사도 분명히 했다. ‘무샤라프의 대통령직 유지와 부토 전 총리의 총리직 복귀’라는 권력 배분 논의가 성사 단계라는 것이다.
특히 부토 전 총리는 그 동안 자신의 최대 족쇄였던 ‘부패 혐의’에서도 벗어나게 될 전망이다. 부토는 “부패 혐의에 대한 사면 문제에서도 진전이 있었다”면서 “나를 포함해 80여명의 다른 의원들도 사면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에게 제기된 혐의는 그동안 전혀 증명된 적이 없었다”면서 “사면은 화해를 위해 필요한 조치다”고 말했다.
부토 전 총리는 정치 명가 출신으로 미국 하버드대와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공부한 뒤 파키스탄 민주화 운동을 주도하면서 35세에 이슬람권의 첫 여성 총리로 화려하게 등장했다. 하지만 1988~90년, 1993~96년 두 차례 총리를 지내면서 민주 개혁에 실패한데다 ‘부패 정치인’이란 오명까지 써 해외 망명길에 올랐다.
부토의 복권은 위기에 처한 무샤라프 대통령의 ‘구원 투수’의 성격이 짙다. 무샤라프의 최대 정치적 라이벌인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의 복귀설, 이슬람 급진세력의 발호 등으로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부토 전 총리가 이끄는 파키스탄인민당(PPP)과의 협력은 정국 안정에 필수적이라고 판단한 때문이다.
부토의 복귀에 대해 서방 세계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뉴욕타임스는 “대 테러전의 중요한 동맹으로서 무샤라프의 대통령직 유지를 바라는 미국으로선 무샤라프_부토 권력 배분이 최상의 결과”라고 전했다.
이 신문은 부토가 내년 초 총선에 출마한다면 그가 이끄는 PPP가 의회 다수당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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