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장이 우리나라 기업의 지배구조와 관련해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냈다. 장 교수는 29일 한국증권선물거래소 21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기업지배구조와 IR'이라는 특별강연에서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쓴다는 말이 있지만 이는 천민자본주의적 발상이자 시장경제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며 "정승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쓰는 것이 시장경제에 부합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기업은 법 인격을 가진 사회 구성원으로서 책임과 의무의 범위 내에서 가치창출을 추구해야 하는 존재라는 설명이다.
장 교수는 아울러 경영권은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경쟁의 대상'이라며 대물림을 당연시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영권은 기업이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상품으로, 더 좋은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경쟁의 대상이 돼야 한다"며 "재산권과 경영권은 분리해 이해해야 하는 개념으로 경영권은 보전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른바 '장하성 펀드'의 첫 타깃이 됐던 태광산업을 예로 들며 "사람은 적당히 일하고 돈이 열심히 일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도 했다.
장 펀드가 태광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했을 때 경영진, 특히 대주주가 절대적으로 싫어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주가가 2~3배 올라 실적이 늘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의 가치는 물론 대주주의 재산가치도 2~3배로 늘었다는 설명이다.
장 교수는 "태광산업의 경우 장사 안하고, 이익 안 만들어내도 더 많은 자본가치를 만들었다"며 "이제 공격적인 투자로 이익을 창출하는 상황이 아닌 만큼 기업들은 배당을 늘리는 등 자본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삼성전자에 대해서도 "과거 한번도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나선 적이 없는 외국인 주주라는 든든한 방어막을 가지고 있다"며 "이 때문에 적대적 M&A를 걱정하는 것은 한심하다"고 말했다.
안형영 기자 Promethe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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