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무장세력에 볼모로 잡혔던 우리 국민 19명이 풀려난다는 소식이 사회 전체에 큰 짐을 내려놓는 듯한 안도감을 주었다. 인질 2명이 희생되는 참변까지 겪으며 애태운 가족들, 특히 새삼 비탄에 젖은 희생자 유족을 어루만지는 온정과 도량이 억눌렸던 마음을 한결 가볍게 한다.
일찍이 경험한 바 없는 충격과 논란과 딜레마에 무력감마저 느낀 것을 생각하면 사태가 그만하게라도 해결된 것을 하늘이 도우신 걸로 여길 만하다. 그런 겸손함이 우리 모두에게 절실하다.
소중한 이웃의 무사 귀환을 마냥 반기기보다 겸손을 먼저 권하는 것은 매몰차서가 아니다. 우리 사회는 이번처럼 엇갈린 가치와 이해가 뒤얽힌 사태를 만나면, 냉철한 평가와 대응을 회피하는 습관이 뿌리깊다.
그저 우리는 옳고 귀하고, 상대와 적은 틀렸거나 극악무도하다고 되뇌는 것이다. 그것으로 우리 자신의 부덕과 과오를 은폐하려는 의식이다. 그런 안이한 위선이 사회 전체가 아무 예감과 방비 없이 곤혹스러운 사태를 만난 근본임을 먼저 되새겨야 한다.
우리의 잘못은 정부와 사회 모두 진정 치열한 고민 없이 일상적 국익과 거리가 먼 전쟁에 파병한 데 머물지 않는다. 국가의 대외관계와 활동을 영리하게 이끌려면 원칙과 도리만을 따질 수 없다.
그러나 국가 명운과 무관하고 모호한 국익을 앞세워 해외 파병을 단행하는 때일수록, 전쟁 주역들이 생존과 국익을 다투는 틈바구니에서 안전과 이익을 지혜롭게 도모하는 방안을 빈틈없이 준비해야 한다. 정부와 사회를 가림 없이 이를 게을리한 무지와 오만이 무모한 선교ㆍ봉사 활동으로 표출됐다고 본다.
이런 사리를 외면하는 이들은 탈레반 규탄에 매달려 스스로 인질을 위태롭게 하고는 도리어 이성적 평가를 가로막는다. 그러나 해외 개입에 익숙한 사회는 침략이든 사업이든 봉사든 현지 역사와 전통과 문화와 정서를 잘 헤아리라고 충고하고 있다. 우리의 지혜와 역량이 보잘 것 없음을 일깨운 사태의 교훈을 올바로 새겨야 한다. 사회가 함께 치른 희생과 비용을 헛되게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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