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검이 부실 수사로 여론의 따가운 질책을 받고 있다. 9일 부산지방국세청장 재직 당시 건설업체 대표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대가로 1억원을 받은 정상곤 국세청 부동산납세관리국장을 구속할 때만 해도 검찰은 기세등등했다. 검찰로선 한 건(?) 한 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사 과정을 들여다보면 허술하다 못해 오히려 의혹만 부풀려 뒷맛이 개운치 않다.
건설업체 대표 김씨는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시작된 지난해 7월 정 국장과 선을 대기 위해 애썼지만 허사였다. 일개 지역 기업인이 지역 세정 최고책임자를 만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소 친분을 쌓아두었던 정윤재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에게 SOS를 친 후 사정은 180도 달라졌다. 김씨는 정 국장과 통화는 물론 직접 만날 수 있었다. 세무조사도 유야무야 됐다.
그 과정에 정 전 비서관이 상당한 역할을 했음은 짐작하고도 남는 일이다. 이후 2명은 부산을 떠나 서울에서 저녁식사를 했고 정 전 비서관도 동석했다. '세무조사 무마'와 관련된 자리였던 만큼 김씨는 정 전 국장에게 현금 1억원이 든 가방을 건넸다.
이런 정황이라면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을 참고인으로라도 불러 조사했어야 마땅했다. 의심이 들면 당연히 조사하고 확인해서 의심을 풀고 넘어갔어야 했다.
그러나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을 조사하지 않았다. "정 전 국장과 김씨의 진술이 완벽하게 일치한데다 정 전 비서관이 돈을 받은 단서가 없어 조사하지 않았다"는게 검찰의 해명인데, 만약 일반인들이 그런 상황에 개입했다면 어땠을까. 그냥 넘어가지 않았을테고, 그 때문에 이번 사건에 대해 '정권 실세 봐주기'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다.
관련자들이 혐의를 인정하니 사건을 종결해도 무방할 것이다. 하지만 정권 실세가 등장하면 사정이 다르지 않을까. 지금은 검찰의 엄정한 수사가 필요한 정권 말기다.
김창배 사회부 기자 kimc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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