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년 역사를 가진 세계 최고 오페라 극장 이탈리아 라 스칼라. 테너 이정원(39)은 내년 4월 베르디 오페라 <멕베드> 의 막두프 역으로 이 곳에 데뷔한다. 한국 테너로는 처음이다. 멕베드>
“성악가라면 누구나 한 번 서보는 게 꿈인 무대죠. 오디션을 보는 것도 쉽지 않으니까요. 실력 뿐 아니라 타이밍, 운이 모두 맞아야 해요. 4월 오디션을 본 후 설마 될까 했는데 핀란드에서 공연 도중 합격 통보를 받았어요. 아직까지 얼떨떨합니다.”
라 스칼라에 서는 첫 한국 테너의 예전 모습은 1등과는 거리가 멀었다. 고3 때 성악을 시작한 그는 대학(연세대)도 재수를 해서 들어갔다. 원래 테너도 아니었다.
바리톤을 하다 군 제대 후에야 테너로 바꿨다. 이유를 묻자 “학교에 잘하는 바리톤들이 너무 많아서 테너를 하면 좀 나을까 싶었다”고 했다.
바리톤으로서 전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던 그가 테너를 하겠다고 하자 지도 교수가 어처구니없어 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꿈에서도 도밍고와 파바로티를 볼 정도로 우직하게 노래에만 매달린 결과 프랑코 코렐리 콩쿠르, 마리아 칼라스 콩쿠르 등에서 차례로 우승했다.
라 스칼라 데뷔도 한 번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5년 전에 처음 오디션 기회가 생겼지만 집안 사정으로 가지 못했고, 3년 전에는 오디션에서 떨어졌다.
거듭된 좌절과 실패를 딛고 큰 기회를 잡은 이정원은 “예술은 욕심을 낸다고 되는 일이 아니지 않냐. 그저 성실하게 준비를 해온 것이 이런 결과를 낳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멕베드> 공연에서 세계적 바리톤 레오 누치 등 쟁쟁한 성악가들과 나란히 선다. 멕베드>
“정말 잘하는 가수들, 좋은 오케스트라와 함께 작업한다고 생각하니 부담도 되지만, 설레기도 한다. 공부를 잘하는 반에 가면 못하던 학생도 덩달아 잘하게 되지 않냐”며 몸을 낮춘 이정원은 “그래도 무대에서는 절대 안 진다. 별명이 쌈닭이다”고 덧붙이며 웃었다.
그간 <투란도트> 를 50번이 넘게 했을 만큼 주로 푸치니 작품을 해온 이정원은 “베르디 오페라는 더 정교해야 한다. 준비를 철저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란도트>
그는 다음달 1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소프라노 박은주와 김성은, 테너 정의근, 바리톤 한명원 등 유럽에서 활동 중인 성악가들과 함께 갈라 콘서트를 꾸민다.
<투란도트> 중 <공주는 잠 못 이루고> , <토스카> 중 <별은 빛나고> 등의 아리아를 선사한다. 11월에는 서울시오페라단의 <가면무도회> 와 베세토 오페라단의 <아이다> 로 찾아오고, 12월에는 소프라노 조수미와 함께 콘서트도 연다. 아이다> 가면무도회> 별은> 토스카> 공주는> 투란도트>
김지원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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