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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EBS 공동 논술기획/ 폭력의 정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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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EBS 공동 논술기획/ 폭력의 정당성

입력
2007.08.30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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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제>

제시문 (가)~(마)를 참고해 ‘저항 수단으로서의 폭력은 어떠한 경우에 정당화될 수 있는가?’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 (1500자 내외)

제시문 (가) 권력은 정당화(justification)를 필요로 하지 않으면서 정치 공동체의 현존 자체에 내재한다. 권력이 필요로 하는 것은 합법성(legitimacy)이다. ‘정당화’와 ‘합법성’을 동의어로 다루는 일반적인 논법은 ‘복종’이 곧 ‘지지’라는 세간의 등식과 마찬가지로 오해를 일으킨다. 권력은 사람들이 모이고 제휴하여 행동할 때 언제든지 생겨나지만, 그것의 합법성은 나중에 뒤따라 올 어떤 행동에서가 아니라 오히려 최초의 모임에서 유래한다. 합법성은 도전받을 경우 과거를 가지고 호소하지만, 정당화는 미래에 위치하는 어떤 목적에 호소한다. 폭력은 정당화될 수는 있지만 결코 합법성을 가질 수 없다. 폭력의 정당화는 그 의도했던 목적이 미래 속으로 더 멀어질수록 설득력을 상실한다. 아무도 정당방위의 폭력 행사를 문제 삼지 않는다. 왜냐 하면 위험이 눈앞에 분명하게 존재하고, 그 수단을 정당화하는 목적이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권력과 폭력은 별개의 현상이지만 대개 함께 나타난다. 권력과 폭력이 결합되는 어디에서도 권력은 주지하듯이 우선하는 지배적인 요소이다. 하지만 권력과 폭력을 순수한 상태─ 예를 들어 외국의 침략과 점령 같은 ─에서 다룰 때는 상황이 현저하게 달라진다. 우리가 보았듯이 폭력이 권력이라는 세간의 등식은 폭력 수단을 통한 인간에 대한 인간의 지배로서 이해되는 정부에 근거한다. 요컨대 정치적으로 말한다면, 권력과 폭력이 동일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으로는 불충분하다. 권력과 폭력은 대립적이다. 즉 하나가 절대적으로 지배하는 곳에서, 다른 하나는 부재한다. 폭력은 권력이 위태로운 곳에서 나타나지만, 제멋대로 내버려 둔다면 그것은 권력의 소멸(燒滅)로 끝난다. -한나 아렌트, [폭력의 세기]

제시문 (나) 인간은 자유인으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도처에서 질곡에 매여 신음한다. 개개인은 타인의 지배자로 자처하지만, 사실은 그 타인 못지않게 노예적 상태에 있는 것이다. 이 변동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나는 그것을 설명할 수가 없다. 하지만 왜 그것이 정당한 것처럼 되어 버렸을까? 나는 이 문제에는 해답을 줄 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만일 폭력과 또 그 폭력에 따르는 결과만을 고려한다면,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시민이 복종을 강요받은 대로 복종하는 한, 그 시민은 현명하다. 그러나 그 시민이 그 속박으로부터 벗어날 힘이 생겨 그 구속을 몸소 제거해 버리고 자유의 몸이 될 수 있다면, 그 시민은 더욱 현명하다. 왜냐 하면 시민으로부터 자유를 빼앗아간 것과 같은 권리로써 그도 또한 그 자유를 도로 찾은 것이므로, 이렇게 해서 자유를 회복한 인간의 행위는 정당하며, 만약 그렇지 않다면 반대로 애초에 자유를 폭력으로 빼앗아 갔던 그네들이 정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장 자크 루소, [사회 계약론]

제시문 (다) 나는 모든 군주는 잔혹하다는 평판보다는 자비롭다는 평판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부적절한 방법으로 자비롭다는 평판을 얻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체사레 보르자는 잔인하다는 평판을 얻었지만 그의 가혹한 조치들로 인해 로마냐의 질서가 회복되었으며, 로마냐를 통일시켜 평화롭고 충직한 지역으로 만들었다. 그의 행동을 제대로 평가한다면 체사레 보르자는 잔인하다는 평판을 얻지 않기 위해 피스토이아의 붕괴를 방치한 피렌체 인들보다 더욱더 자비롭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만약 군주가 백성들의 단합과 충성을 유지할 수 있다면 잔인하다는 평판을 불러일으키지는 않을까 걱정해서는 안 된다. 혼란을 제멋대로 방치해 살인과 약탈이 넘쳐나도록 만드는 사람들에 비해 단지 몇 명만 처벌함으로써 진정 더욱더 자비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무질서를 방치해 두는 사람들은 흔히 사회 전체에 해를 끼치게 되지만, 군주의 명령에 따른 강제 집행은 오직 특정한 개인들에게만 해를 끼치는 것에 불과하다. - 마키아벨리, [군주론]

제시문 (라) 엉터리 비폭력주의자들이 무엇이라고 말하건 간에 데모란 상대편의 양심이나 자비심이나 동정심을 구걸하는 행위가 아니라, 이쪽 편의 실력─ 그것이 선거에서의 투표권이든, 적나라한 폭력이든, 사회 여론에 대한 영향력이든 간에 ─을 배경으로 한 상대편에 대한 공갈인 것이다. “제발 이렇게 해 주십시오”하는 것이 데모가 아니라, “이런데도 네가 말을 안 듣고 배기겠느냐?”라고 윽박지르는 것이 데모인 것이다. 억압자에 대한 오랜 굴종을 벗어던지고 1대 1의 당당한 선전 포고를 알리는 데모 행렬의 진군의 북소리는 일상생활의 비굴에 잠겨 있던 모든 민중의 피를 끓게 한다. 그들의 북소리는 착취와 억압이 심하면 심할수록, 강요된 민중의 침묵이 오래고 굳은 것이면 굳은 것일수록 더욱 크게 울려온다. 그리하여 억압자의 깊은 죄의식으로 신경과민이 된 귀에는, 그것은 자신의 종말을 알리는 불길한 ‘조종’의 첫소리로 들려오는 것이다. 억압자가 수백 명의 평화적인 시위 행렬을 탄압하기 위해 광분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그들의 요구 조건을 수락하는 양보를 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인 것이다. 역사상의 모든 억압자들의 ‘양보’, 민권의 ‘평화적’인 승리란 본질적으로 바로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이루어졌던 것이다. -조영래, [전태일 평전]

제시문 (마) 시민 사회의 발전 과정에서 역사적 시기마다 중요한 쟁점들이 나타났으며, 이 쟁점의 해결을 둘러싸고 집단 간에 첨예한 갈등과 대립이 자주 일어났다. 그러한 갈등은 유혈 사태를 불러오는 엄청난 진통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시민 사회의 여러 사회적 쟁점이 평화적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이유는, 그것이 희소한 자원의 배분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미 많은 것을 소유한 집단과 공정한 분배를 요구하는 집단 간의 대립은 기본적으로 쉽게 해결되기 어렵다. 사회적 쟁점에 대한 여러 집단의 견해 차이는 누가 옳고 누가 잘못되었는지 판단하기도 쉽지 않다. 서로 대립되는 주장에는 나름대로의 논리와 근거들이 있으며 사회의 발전 방향에 대해 쉽게 합의하기 어려운 차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시민 사회의 발전 과정은 이런 쟁점을 둘러싼 대립을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원칙과 제도를 마련해 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고교 [사회] 교과서

출제의도

주어진 (가)~(마)의 제시문은 인간의 폭력에 관해 일정한 관점을 지니고 있는 제시문들이다. 저항 수단으로서의 폭력의 유형은 아주 많다. 그렇지만 그러한 것들이 모두 정당화될 수는 없다. 이 논제는 저항 수단으로서의 폭력 중에서 어떤 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 논술 작성자가 자신의 관점에 따라 제시문의 내용을 취사ㆍ선택한 다음 논거를 들어 자신의 논지를 전개하도록 하는 문제이다.

접근방식

논제에서 요구하고 있는 논의 범위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논제와 관련된 폭력의 범주는 ‘인간의 폭력’‘저항수단으로서의 폭력’‘정당화 될 수 있는 저항 수단으로서의 폭력’으로 나눌 수 있다. 여기서 논제가 요구하고 있는 것은 세 번째의 폭력의 범주를 논의하라는 것임을 유의해야 한다. 그래야만 논제에서 요구하는 논점에서 일탈하지 않고 견해를 개진할 수 있다. 그리고 논지를 전개할 때 주의할 점은 보다 깊이 있게 파고 들어가 논의를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한 사례들을 평면적으로 나열하거나 제시문의 글들을 그대로 인용하는 식으로 전개해서는 사고의 깊이와 논리력을 확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예시개요

주제

■ 저항 수단으로서의 폭력은 극히 제한적인 경우에만 정당화되어야 한다.

서론

■ 화제 제시 - 폭력이 난무하는 요즘의 시대 현실

■ 논점 제시 - 정당화될 수 있는 폭력에 대한 검토의 필요성

본론

■ 정당화될 수 있는 저항 수단으로서의 폭력의 개념 검토 ⑴ 상대가 명백하게 부당한 폭력을 가할 경우 ⑵ 저항 수단이 폭력 이외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경우

■ 이와 같이 극히 제한된 폭력만이 정당화되어야 하는 이유 ⑴ 폭력이 미화될 수 있음: 폭력 영화 및 폭력 게임의 부정적 사례 ⑵ 폭력이 남용될 소지가 있음: 충동, 보복, 증오 폭력 사례 제시

결론

■ 요약 정리 - 저항 수단의 폭력이 극히 제한적으로 정당화되어야 함을 강조

염재철ㆍEBS 인문계 논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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