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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보험, 그냥 덜컥 가입했다가는 '가슴이 덜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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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보험, 그냥 덜컥 가입했다가는 '가슴이 덜컥'

입력
2007.08.30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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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많거나 병이 있어도 전화 한 통으로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고 광고하는 실버보험. 그동안 보험 가입의 사각지대에 있는 노인들을 위한 상품이라는 점에서, 부모님을 위한 효도선물로 애용 되는 등 최근 관심을 끌고 있다.

하지만 불만과 민원이 폭주하고 있는 보험상품도 이들 실버보험이다. 리스크가 큰 노인층을 겨냥한 상품인 만큼, 약점도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특히 실버보험 대부분이 홈쇼핑이나 광고를 앞세워, 전화로 통신 판매를 하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을 모르고 덜컥 가입했다가는 오히려 노인들의 짐이 될 수 있다.

일단 자세히 들여다보면 납부해야 할 보험료가 결코 싸다고 할 수 없다. 매달 1만~2만원 내면 된다고 앞세우는 상품들도 해마다 보험료가 오르는 경우가 많다. 실버보험 상품 대부분이 1년마다 갱신되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보험소비자연맹에 접수된 사례에는 매년 갱신 된다는 것을 모르고 가입했다가 나중에야“보험료 올려야 하니 싫으면 해지하든지 하시라”는 보험사의 통보를 받은 황당했다는 신고도 있었다.

일반 정기보험보다 3배 가량 비싼 경우도 있다. A사의 무심사 보험(보험가입금액 1,000만원, 10년만기 10년납)의 경우 남자 50세 월보험료는 2만9,200원이지만, 동일한 조건의 일반정기보험은 8,500원에 불과하다. 여자인 경우에도 1만2,500원으로 일반 정기보험 4,200원에 비해 훨씬 비싸다. 때문에 건강한 노인이라면 건강검진을 받고 일반 정기보험에 가입하는 게 훨씬 이득이 된다.

납부금보다 보험금이 더 적은 어처구니 없는 경우도 있다. 보험소비자연맹에 접수된 사례 중 오모(65)씨가 그런 경우다. 오씨는 홈쇼핑 광고를 보고 인터넷으로 A사의 무심사 실버보험을 20년만기 보험가입금액 1,000만원으로 가입 설계해 봤다.

그랬더니 20년간 총1,660만원을 내는데 순수 보장형으로 보험기간 안에 사망하지 않으면 납입한 보험료만 없어지고, 사망시에는 단돈 1,000만원만 받는 상품이었던 것. 더구나 가입 후 2년 이내는 재해로 사망했을 경우에만 보장이 되는 상품이었다.

건강검진 없이 가입하는 만큼, 보장이 되는 노인성 질환도 기대보다 넓지 않다. 골절, 치매 등이 당연히 보장될 것이라고 여겼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B사 실버보험에 가입한 손모(67)씨는 작업도중 추락해 척추골절 진단을 받았지만, 보험사에서 고작 180만원을 받았다. 골절사고 시 최고 1,500만원이 나온다고 돼 있었지만 사고가 난 뒤 약관을 자세히 보니 골절부위와 횟수에 따라 지급할 보험금이 낱낱이 적혀 있었고 이에 따라 보험금이 대폭 삭감된 것. 4~5군데 이상이 한꺼번에 부러져야 1,500만원이 지급되는 시스템이었다.

권모(65)씨는 치매 간병비까지 보장된다는 D사 실버보험에 가입했지만, 치매진단을 받고도 보험금을 받지 못한 경우다. 사고로 장애 2급 진단을 받았고 외상성 치매가 생겼다. 하지만 보험사는 간병비 지급을 거부했다.

보험 약관에 ‘기질성 치매’만 보장된다는 조항이 있었지만, 가입 당시에는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가입했던 것이다.

‘무심사, 무진단 실버보험’을 앞세우고 있어도 사망이 아닌 질병에 대해 보장을 받으려면 건강검진이 필요한 특약을 들어야 한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실버보험은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약관과 조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통신판매가 대부분이다 보니 이처럼 잘 못 알고 가입하는 사례가 허다하다. 통신판매로 가입이 확정되면, 우편으로 기본정보를 보내주는데 잘못 가입했다고 싶을 때는 15일 안에 청약철회를 할 수 있다.

보험소비자연맹 박은주 실장은 “15일 안에는 아무런 사유 없이 청약철회를 할 수 있으며 3개월 이전에는 자필 서명을 안했다던가 약관설명이 부족했다던가 하는 이유로 ‘품질보증제도’를 이용한 청약철회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실장은 “특히 청약철회를 할 때는 보험사 콜센터에서 상품을 팔았던 보험설계사 등을 연결해주겠다고 하면 거부하고 콜센터에서 직접 처리해 줄 것을 요구해야 한다”며 “설계사들은 청약철회시 실적이 안좋아지기 때문에 처리를 차일피일 미루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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