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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바이로이트 축제 관람기/ 바그너 증손녀 오페라 쿠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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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바이로이트 축제 관람기/ 바그너 증손녀 오페라 쿠데타

입력
2007.08.30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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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전 세계 ‘바그네리안’(열성적인 바그너 팬)들이 몰려드는 독일 바이로이트 축제. 7월 25일 개막한 이 축제가 한달 만인 28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악극의 창시자 바그너 최대 작품인 4부작 <니벨룽의 반지> 완편이 초연된 1876년 이래 매년 여름 이어지고 있는 바이로이트 축제는 다른 음악 축제들과는 달리 바그너의 작품만을, 그에 의해 세워진 축제극장에서 공연한다.

바그너와 부인 코지마 바그너를 거쳐 직계 혈손들이 이 축제의 제작 및 운영을 책임져 왔는데, 현재는 바그너의 손자 볼프강 바그너가 총 책임을 맡고 있다.

토스카니니, 푸르트벵글러, 폰 카라얀, 불레즈, 숄티, C. 클라이버, 바렌보임, 레바인 등 쟁쟁한 지휘자들이 거쳐갔을 만큼 음악계의 거장들에게 커다란 이정표가 되었던 곳이다.

음악적인 면 외에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바이로이트는 무대 미술 및 연출 기법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측면에서 또 하나의 큰 의미를 갖는다.

볼프강 바그너의 형 빌란트 바그너가 전후 서독을 대표하는 상징주의 기법의 연출들을 올리면서 바이로이트는 현대 오페라 무대의 실험실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이 점에서 올해 축제의 관심사는 단연 볼프강 바그너의 젊은 딸 카타리나 바그너(29)의 데뷔였다.

카타리나가 연출한 올해 첫 공연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는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새로운 무대 장치나 효과로 화제를 모은 것이 아니라, 전통적인 작품의 해석과 원작의 의미 자체를 완전히 뒤바꿨다.

독일 예술의 숭고한 상징이었던 주인공 한스 작스를 시대에 뒤떨어진 무능한 인물로 만들었고, 21세기 독일에서 전통만을 고집하는 ‘마이스터’(Meister)라는 의미에 대해 한껏 비웃음을 던지는 의미심장한 해석이었다.

많은 비평가들과 보수적 바그너 애호가들은 그녀의 증조부가 만든 걸작의 의미를 완전히 뒤바꿔버린 연출을 비판했지만, 제3제국 시절 정치적으로 악용되기도 했던 고전적인 작품을 보다 다중적인 현대적 시각으로 바라보았다는 점에서 좋은 평을 내리는 사람 역시 적지 않았다. (그녀는 내년 4월 예술의전당 20주년 기념 공연인 <파르지팔> 에서 아버지 볼프강 바그너 프로덕션을 재연출하기 위해 내한한다.)

최근 몇 년간 바이로이트에서 가장 확고부동한 카리스마를 발휘하고 있는 사람은 지휘자 크리스티안 틸레만이다. 틸레만이 현재 받고 있는 음악적인 찬사와 영향력은 그 옛날 카라얀이 성공 가도를 달릴 때와 비슷할 정도다.

볼프강 바그너 역시 그에 대해 압도적인 지지를 해왔다. 바그너의 성지인 바이로이트에서 대작 <니벨룽의 반지> 를 그의 지휘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매우 컸는데, 역시 기대 이상이었다.

작년에 이어 2년차에 들어간 <니벨룽의 반지> 프로덕션에서 틸레만은 섬세하고 정확한 연주로 어느 한 부분 소홀히 지나가지 않으면서 전체적인 극의 밸런스를 놓치지 않는 조화된 연주를 들려줬다. 그 완벽함에 오케스트라 피트의 전면을 덮어놓은 바이로이트의 독특한 극장 구조가 아쉬울 정도였다.

틸레만은 오는 11월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성남아트센터에서 내한 공연을 가질 예정이어서 다시 한번 그의 지휘가 기대된다.

일반적으로 바이로이트에서의 공연은 오후 4시에 시작해 밤 10시가 넘어 끝난다.

일찌감치 문을 닫고 주말에는 썰렁한 것이 보통 독일 시가지의 모습이지만, 페스티발 기간의 바이로이트는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바그네리안들의 즐거운 담화를 위해 심야에도 식당과 술집의 문을 연다.

역전에 있는 유명한 스시바에서는 공연 후 잠시 여유를 즐기는 유명 솔리스트, 지휘자 혹은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자연스럽게 마주칠 수 있다. 카타리나 역시 이곳의 단골이다.

또한 공연 중 막간 휴식이 1시간씩 있어 낯선 사람들과 말문을 틀 기회가 생기는데,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누구나 이 축제에서 활동하고 있는 성악가 사무엘 윤과 연광철을 거론하며 한국에는 어떻게 그렇게 좋은 가수가 많냐고 물어온다.

30년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멤버로 활약하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김민을 비롯해 다수의 한국인 합창단원들도 예술적 기량을 뽐내고 있다.

지난 4년간 화제 속에 올려졌던 크리스토프 슐링엔지프 연출의 <파르지팔> 이 올해를 마지막으로 막을 내렸으며, 필립 아를로 연출의 <탄호이저> 역시 그간의 프로덕션을 마감했다.

내년 7월이면 어김없이 다시 2008년 바이로이트 축제가 시작된다.

바이로이트=김용대(음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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