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1987년 평화민주당 창당 이래 사실상 20여년 만에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결별을 선언했다. 민주당은 지금 드러내 놓고 김 전 대통령을 비판하고, 김 전 대통령 역시 자신의 뜻을 따르지 않는 민주당에 불편한 심기를 노출하고 있다. 과거 같으면 상상조차 하기 힘든 풍경이다. 민주당의 이 같은 모험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민주당의 성패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독자경선의 결과다. 조순형 이인제 의원 2강 가운데 누가 대선후보가 되느냐에 따라 미래가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다.
조 의원은 29일 캠프 개소식을 갖는 등 압도적인 여론조사 지지율 차이를 무기로 대세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조 의원은 특히 자신이 김 전 대통령의 보스 정치에 맞서 왔음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그가 대선후보가 되면 김 전 대통령과 민주당은 완전한 결별로 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 김 전 대통령이 그토록 부르짖었던 범여권 대통합도 물 건너 갈 개연성이 커진다. 조 의원은 2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로 막판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적극 지원은 원천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악재에도 불구하고 조 의원이 대선후보가 된 뒤 지지율이 계속 상승해 ‘의미 있는 후보’가 된다면 민주당의 탈 김 전 대통령 실험은 성공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되지 않을 경우 민주당과 조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의 고사작전에 무너져 내릴 가능성이 크다.
한 고위당직자는 “지금까지는 조 의원의 지지율 덕분에 당이 존폐 기로에서 살아났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라며 “박상천 대표도 조 의원이 여기서 더 반 김 전 대통령으로 나가면 말리기 힘들어 고민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조 의원과 달리 김 전 대통령과 대립각을 형성하고 있지 않다. 또 통합 문제에 긍정적이다. 그는 분권형 대통령제 등 연합정권 구상도 내놓았다. 캠프 측은 “조 의원이 되면 김 전 대통령의 견제 속에 민주당은 소멸의 길로 가게 된다.
이 의원은 이런 점에서 조 의원보다 합리적 선택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문제는 대선후보가 되려면 반드시 필요한 지지율이 뜨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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