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는 28일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자 전원 석방 합의에 대해“적극 환영한다”면서“무고한 민간인들이 최대한 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고대한다”고 밝혔다.
톰 케이시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 등을 통해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도 “석방 협상의 내용에 대해서는 정보가 없으며 미국은 이 협상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어 “테러범들에게 양보하지 않는다는 미국의 정책에는 변함이 없다”는 기본 원칙을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미국은 이처럼 한국인 피랍 사태가 계속되는 동안 이 원칙적 입장만을 되뇌었기 때문에 피랍자 석방 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거의 드러나 있지 않다.
오히려 미국이 한국인 피랍자-탈레반 수감자 맞교환을 봉쇄한 것처럼 비치면서 ‘미국 책임론’이 제기됐고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보다 강경한 원칙론이 확인됐을 땐 일부 한국인들이 분노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주미 한국 대사관 관계자 등의 말을 종합하면 미국은 원칙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으면서도 막후에서는 협상에 임하는 한국을 나름대로 충실히 지원하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미국의 역할에는 아프간 현지에서의 탈레반 관련 각종 정보 제공, 테러 및 인질사태 전문가들의 조언,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군사적 대응 태세 확보 등이 포함된다.
이를 두고 미국은 탈레반에 대해 강온 양면전략을 구사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피랍자 석방을 위한 한미 협조는 대부분 아프간 현지에서 이뤄졌다”면서 “특히 한국의 정보 당국과 미국의 중앙정보국(CIA), 국방정보국(DIA) 사이에서는 보다 긴밀한 대화가 오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탈레반과의 협상 과정에서 중재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진 사우디아라비아, 인도네시아 등에 미국이 모종의 영향력을 미쳤는지에 대해선 소극론과 적극론이 엇갈린다.
미국이 대외적 노출을 우려, 소극적으로 한국의 외교적 노력을 묵인하는 데 그쳤다는 얘기가 있는가 하면 중재국 선정 과정에서부터 적극적으로 개입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소극론은 테러범과는 협상하지 않는다는 미국이 한국의 직접 협상을 용인한 것 만으로도 한국을 도와준 것이라는 미국 최소 역할론과 맞물려 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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