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토 파실린나 / 솔 '유대'가 그들을 살린다… 익살스런 고통 치유법
“완강하게 돈을 움켜쥐기에만 급급했다. 웃는 경우에는 기뻐서라기보다는 남의 불행을 고소해하는 마음이 컸다. 부자들은 눈앞이 핑 돌 정도로 많은 집세를 갈취했으며, 터무니없이 엄청난 이자를 우려냈다. 쉴 새 없이 능력을 증명해야 했으며, 혐오스러운 직장 동료들은 기회만을 엿보다가 약한 자가 있으면 신경쇠약에 걸릴 정도로 몰아붙이고 괴롭혔다. 뭘 하든(술을 마셔도 음식을 양껏 먹어봐도 담배를 피워도) 결과는 항상 나쁜 쪽으로 나타났다.”
한국 이야기인가? 핀란드 이야기다. 핀란드 작가 아르토 파실린나(65)의 소설 <기발한 자살여행> 에 나오는 글 중 앞부분에서 “핀란드 사람들은”을 빼 본 것이다. 이 소설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기발한>
“핀란드 사람들의 가장 고약한 적은 우울증이다. 비애, 한없는 무관심, 우울증이 이 불행한 민족을 짓누른다… 그 결과는 아주 파괴적이어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곤경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오직 죽음뿐이라고 생각한다.” 핀란드의 연간 살인사건이 100여건인데 비해 자살은 1,500여건이라 한다. 그래도 한국에 비하면 낫다.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자살률, 2005년 통계로 자살자 1만2,047명(하루 평균 33명), 한국에서 출생한 아이가 인생에서 자살로 사망할 확률은 고혈압으로 죽을 확률보다 높다.
<기발한 자살여행> 은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인지 2005년 국내 번역된 후 꽤 많은 독자를 가졌다. 갖가지 이유로 자살을 택한 사람들이 집단자살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다. 그런데 소설은 익살스럽고 유쾌하다. 작가의 경쾌한 사회비판, 유머감각 때문이다. 그들은 여행 도중 서로에게서 우정과 사랑을 느끼고 생의 의욕을 찾는다. 인간적 유대, 공감이야말로 삶을 위한 명약이었다. 기발한>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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