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반대론자를 자처하던 미 공화당의 중진 래리 크레이그(아이다호주ㆍ62) 상원의원이 공항 화장실에서 잠복 중이던 경찰에 동성애 구애를 하다 체포된 사실이 드러났다.
동성간 성추문 파동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마크 폴리 전 하원의원에 이어 크레이그 의원의 추문이 불거지면서 공화당에 정치적 타격이 예상된다.
민주당 상원선거운동본부(DSCC)는“내년 대선에 공화당에 표를 주지 말아야 할 또 다른 이유가 생겼다”고 즉각 비난했다.
미 의회 전문지 ‘로울 콜’등에 따르면 미 상원의 공화당내 서열 4위인 정책위의장을 지낸 3선의 의원은 6월11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세인트폴 공항 화장실에서 함정수사를 하던 경찰관에게 동성애를 요구하다 현장에서 체포됐다.
크레이그 의원은 4일 법정에서 풍기문란 경범죄에 대한 유죄를 스스로 인정했고 구류 10일에 집행유예 1년, 벌금 500 달러를 선고받았다.
공화당 지도부는 이 사건에 대해 논평을 회피할 정도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크레이그 의원은 비록 낙선했지만 2002년 공화당 상원 대표 경선에 나섰을 정도로 거물급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공화당 대선주자 중 한 명인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의 아이다호주 선거운동본부장으로 활동했다. 때문에 그의 추문은 당내 경선 도전을 선언한 롬니 전 지사의 이미지에도 적잖은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상원의원이 되기 전에는 10년간 하원의원으로 활동했다. 또 공화당을 지원해온 보수적 단체인 전미총기협회(NRA)회원이기도 하다.
체포 당시의 경찰 기록에 따르면 크레이그 의원은 공항 화장실 칸에 들어선 뒤 자신의 발로 마침 옆 칸에 있던 잠복 경찰관의 발을 건드리고 칸막이 밑으로 손을 집어넣어 비비는 행동을 하다 즉각 체포됐다. 동성애자 사이에서 구애할 때 흔히 사용하는 동작이었다.
이 경찰관은 공항 화장실 내에서 성행위가 벌어지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사복 차림으로 잠복 근무를 하고 있었다. 크레이그 의원은 체포된 뒤 경찰관에게 자신의 명함을 내밀어 신분을 과시하며 “어쩔 작정이냐”고 고압적인 자세를 보였다.
크레이그 의원은 법정에서는 유죄를 인정하고도 자신의 비행이 언론에 노출되자 “경찰이 내 행동을 오해한 것이다. 나는 부적절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며 발뺌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었다.
크레이그 의원이 동성애 관련 추문에 휩싸인 것은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동성애 옹호 활동가인 마이크 로저스는 “여러 명의 남자로부터 크레이그 의원과 동성애 관계를 가졌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그의 동성애 행위는 워싱턴 D.C. 유니언역 화장실에서도 이뤄졌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크레이그 의원은 동성애 금지를 위해 헌법 수정을 하자는 방안을 지지해 왔고 1990년대에는 동성애자들의 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결혼보호법에 찬성표를 던졌었다.
주 방위군에서 복무하기도 했던 그는 동성애자들의 군입대에 대해서도 공개적으로 강력한 반대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미 성적소주자 옹호단체 NGLTF는 크레이크 의원을 “위선자”라고 비난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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