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는 2003년 12월부터 재정경제부, 산업자원부, 공정거래위원회, 농림부 등 일부 경제부처를 대상으로 통합 브리핑실을 운영해왔다.
브리핑은 부처별로 1주일에 평균 2~5번 정도 열리는데, 해당 부처의 국장급 공무원이 주요 정책을 설명하는 형식이 일반적이다. 주요 브리핑의 경우 정부가 운영하는 국정홍보 케이블 채널인 KTV가 중계 한다.
참여정부는 각 부처의 브리핑 횟수를 해당 부처의 홍보 역량을 평가하는 주요 척도로 사용해왔다. 때문에 각 부처 공보담당 부서는 브리핑 횟수를 부서별로 강제 할당하기도 한다.
이렇게 날림으로 준비되는 브리핑은 결국 일방적인 부처 홍보에 그치거나 국민생활과 동떨어진 내용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기자들의 브리핑 참석률도 낮을 수 밖에 없다.
가끔 주요 현안을 다루는 브리핑이 열릴 때도 그 내용은 허술하기만 하다. 많은 매체에 골고루 발언 기회를 준다는 미명하에 한 기자가 특정 사안에 대해 집중적인 질문을 하기 힘든 구조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여러 기자가 돌아가며 질문을 하다 보니 답변자는 동문서답이나 중언부언을 통해 민감하거나 숨기고 싶은 사안을 어물쩍 넘어가기 쉽다.
공무원들 입장에서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경제부처의 한 고위 간부는 "논란이 되는 사안에 대해 솔직하게 배경을 설명하고 싶어도 돌아가는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 공식 입장만 되풀이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에 따르면 앞으로 브리핑에서 이뤄진 모든 발언이 속기록에 기록된다. 이 경우 발언에 대한 압박으로 주요 현안에 대한 충분한 배경설명은 더욱 힘들어질 전망이다.
정책이란 본질적으로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정부가 어떤 정책을 추진하면 늘 어느 정도의 부작용과 반대 세력이 생기게 마련이다. 이런 부작용을 줄이고 정책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높이는 것이 바로 언론의 역할이다.
하지만 통합브리핑제 실시 이후 언론의 역할과 기능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공무원들조차 "정부 입장에서도 진솔하게 정책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중요한 공간을 잃어버리게 됐다"고 하소연할 정도다.
이처럼 '브리핑을 위한 브리핑 제도'가 4년 가까이 진행되면서 참여정부의 당초 '의도'대로 언론과 정부 사이의 거리를 멀어지게 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동시에 정부와 국민의 거리도 멀어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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