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본질은 미래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서 시작합니다. 밝을 때 그림자를 보고 깜깜한 밤에 새벽을 준비해야 합니다.”(‘돈은 아름다운 꽃이다’ 서문 중에서)
한국 증권시장의 ‘미다스의 손’박현주(사진) 미래에셋 회장이 창업 10년 만에 처음으로 책을 냈다. “아직 할 일 많은 사람이 책을 내는 게 마음 편하지는 않았지만 지난 10년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10년을 밝힐 필요를 느꼈다”는 게 발간의 변(辯). 박 회장의 유명세 만큼이나 출간 전부터 ‘자서전’으로 여겨지며 온갖 해프닝과 풍문도 많았지만, 스스로 ‘투자철학서’라고 밝힌 책에는 그의 인생과 투자철학이 담겨있다.
책은 박 회장이 인생 최고의 스승이라고 말하는 어머니의 가르침으로 시작한다. “어머니는 쌀을 팔아 내일 100만원이 들어올 예정이라도 절대 내색을 않으셨다. 돈을 쥐고서야 비로소 돈이 들어왔다고 하셨다. 이 가르침은 고객 돈을 관리하는 내게 허튼 짓을 말라는 방패막이 역할을 했다.”
그는 아이들에겐 “나를 닮지 말라”고 말한다고 했다. 누구의 자식이라는 소리를 안 듣게 하기 위해서다. 그는 회사에 사촌 이내 친척이 없으며, 가까운 친척이 입사원서를 내면 인사부서에 오히려 불이익을 주라고 명령한다고 한다. 사람도 오직 원칙에 맞춰 뽑는다는 얘기다. 그의 원칙은 ‘긍정적이며 정직하고 이타적이며 능력이 있어야 한다’이다.
성공비결로 그는 “늘 소수의 관점으로 세상을 살아간다”고 밝혔다. 소수의 입장에 서는 것은 곧 장기적 관점에서 사물을 파악한다는 뜻이라고 말한다. 국내 첫 뮤추얼펀드였던 ‘박현주1호’ 역시 남들이 꺼려하는 것이기에 출발부터 성공을 확신했고, 외환위기 이후 서울 여의도와 강남에 빌딩을 사고 중국 푸동에 건물을 살 때도 주변에서는 말렸지만 10년 후를 생각하고 결정했다. 그는 전망이 엇갈리는 중국의 성장지속 여부 역시 “세계에서 가장 장사를 잘했던 민족이라는 관점에서 길게 보면 비관론은 지나쳐 보인다”고 결론 내린다.
박 회장은 “국민소득 3만불 시대는 금융업을 통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내수산업이라는 인식을 깨고 금융업과 자본 자체를 적극 수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사들이 외환위기 이후 몸에 밴 패배의식을 떨쳐내고 해외에 나가 경쟁하기 전에는 외환위기는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책이 출간되기까지는 해프닝도 많았다. 10주년을 맞은 박 회장의 상품성에 ‘돈 냄새’를 맡은 출판사들이 다투어 자서전 성격의 책을 내겠다고 달려들어 회사측이 적잖이 곤욕을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6월중 출간을 계획했으나 박 회장의 바쁜 일정 때문에 미뤄졌다 이번 출간도 그나마 서두른 결과라는 설명이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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