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지난달 19일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 무장세력에 의해 납치됐던 한국인 인질 19명을 피랍 41일째인 28일 전원 석방하기로 탈레반측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중대발표를 통해 "우리 시간으로 오늘 오후 5시48분부터 7시20분까지 우리측은 납치단체와 대면접촉을 벌였다”며 “이 접촉에서 한국군을 연내 철군하고 아프간 선교중지를 조건으로 피랍자 19명 전원을 석방키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번 석방합의에는 이슬람 주도국인 인도네시아가 보증을 서 극적 타결이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천 대변인은 피랍자 19명의 인도 계획에 대해 “납치단체측과 구체적 절차를 협의할 것”이라며 “합의 직후 석방이 바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며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 대변인은 "석방된 피랍자들은 가즈니주에서 아프간 수도 카불로 가능한 빨리 이동, 1차 건강검진 뒤 귀국경로도 이른 시일 내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천 대변인은 "피랍자 중 12명은 대면협상 전에 전화통화를 통해 안전을 확인했고, 나머지 7명은 (신변확인이) 안됐지만 특별한 이상이 없는 것 아닌가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석방합의 배경과 관련, 천 대변인은 "조건 변화는 아닌 것 같고 그 동안 우리는 납치단체측과 다양한 접촉을 벌여 서로 입장을 조정했다"며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지만 아프간 정부 및 지역관계자, 다국적군, 적신월사, 이슬람 사회 등과 긴밀히 협조해왔다"고 말했다.
청와대 발표에 앞서 AFP는 탈레반 대표의 말을 인용해 “양측이 성공적인 협상을 마쳤으며 인질들이 곧 석방될 것”이라며 “양측은 아프간 주둔 한국군과 기독교 선교단의 철수와 인질의 조속한 석방에 합의했다”고 긴급 타전했다.
탈레반 협상대표인 카리 바시르는 “탈레반 죄수석방 요구를 접기로 했으며, 한국인 인질들이 아프간을 떠날 때까지 공격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측은 연말까지 군대를 철수하기로 했고, 한국 비정부기구(NGO)도 이 달 말까지 완전 철수하기로 합의했다”며 “한국측은 기독교 선교사들이 더 이상 아프간에 입국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이날 대면 협상에 참가한 탈레반측 마울라위 나스룰라는 “인질 19명이 분산돼 있기 때문에 3, 4명씩 5개조로 분산 수용돼 있기 때문에 순차적으로 석방할 것”이라며“하루에 석방하기는 어렵고 (석방은) 며칠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탈레반과의 대면접촉 재개에 맞춰 이날 오후 6시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안보조정회의를 열었고, 회의 말미인 오후 8시께 한국인 피랍자 석방 합의소식을 보고 받고 대책을 논의했다. 노 대통령은 "모든 국민이 큰 걱정을 덜게 돼 참 다행”이라며 “차질 없이 끝까지 마무리를 잘해달라”고 당부했다.
천 대변인은 “피랍자 석방합의를 피랍자 가족들은 물론 국민과 함께 환영한다”며 "이번 피랍사건에서 희생된 2명의 명복을 빌며 유족께도 조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피랍자 가족들은 이날 오후 9시30분께 기자회견을 갖고 “피랍자들이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해준 정부에 감사한다”며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말했다.
염영남기자 liberty@hk.co.kr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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