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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피랍자 전원석방 합의/ 비보·오보·낭보… 온 국민이 피말랐던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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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피랍자 전원석방 합의/ 비보·오보·낭보… 온 국민이 피말랐던 여름

입력
2007.08.29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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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인질 피랍부터 석방까지 외신보도와 외신 보도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했던 41일간은 2명이 살해되는 등 그야말로 ‘피 말리는’ 순간의 연속이었다.

한국 정부와 탈레반이 28일 4차 대면 협상 직후 19명의 인질 전원 석방을 공식 발표하면서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가 드디어 일단락됐고 지난달 19일 한국인 23명이 아프간 무장세력 탈레반에 납치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온 이후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던 한국 정부와 국민들은 이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게 되었다.

● 피랍 이은 인질 살해에 경악

아프간으로 봉사 활동을 떠난 분당 샘물교회 신도와 현지 가이드 23명이 탈레반에 납치됐다는 외신이 타전된 지난달 19일. 국민들은 걷잡을 수 없는 충격에 휩싸였다. 2004년 이라크에서 희생된 김선일씨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탈레반이 이튿날 “24시간 내 아프간 주둔 한국군을 철수하지 않을 경우 인질을 살해하겠다”고 협박하면서 사태는 3년 전 악몽을 재현하는 듯한 양상이었다.

한국 정부는 인질 석방을 위해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21일 CNN을 통해 인질 석방을 촉구했고 카불 현지에 특사를 파견하는 등 전방위 외교에 나섰다.

그러나 탈레반은 협상시한을 수시로 변경하고 ‘수감된 탈레반 지도자 8명 석방’이란 새로운 조건을 제시하면서 한국과 아프간 정부를 압박했다. 한편,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쥔 아프간 정부가 ‘맞교환 불가’라는 입장을 고수하자 탈레반은 25일과 31일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씨를 살해하면서 양측간 협상이 파국으로 치닫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극에 달했다.

● 대면 협상 물꼬… 여성 2명 석방

인질 살해 이후 양측간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 한국 정부는 아프간 주둔 한국군의 조기 철수 외에는 다른 카드를 제시할 수 없었고 탈레반도 여성 인질 억류에 대한 이슬람권의 비판 여론을 의식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 이런 상황에서 양측의 관심을 모았던 8월 7일에 열린 미국과 아프간 정상회담에서는 ‘테러 단체와 협상 불가’란 원칙만 반복되었고, 9일 열린 파키스탄ㆍ아프간 부족원로 회의인 ‘평화 지르가’에서도 별 다른 성과를 도출하지 못하며 협상의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사태가 장기화하자 탈레반은 한국 정부와의 ‘대면 협상’을 제의했다. 현지 가즈니주 부족원로들의 중재 하에 양측은 10일 가즈니시 적신월사(이슬람권 국제적십자사)에서 첫 대면 협상을 가지며 인질 석방 협상의 물꼬를 텄다. 11일 탈레반이 ‘선의의 제스처’임을 강조하며 몸이 아픈 여성 인질 2명 석방을 발표했고 이어 13일 김경자, 김지나씨가 적신월사 관계자들에게 인계되었다. 이 때부터 인질 추가 석방 협상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 물밑 협상… 극적 전원 석방

여성 인질 2명 석방 이후 양측은 12일간 합의는커녕 대면 협상을 갖지 못했다. 대신 다음달 중순 시작하는 라마단 이전 인질이 석방될 것이란 예측만 난무했다. 그러던 중 25일 현지 통신사인 아프간이슬라믹프레스(AIP)를 통해 낭보가 들려왔다. “양측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중재로 인질 전원 석방에 합의했다”는 보도였다.

한국 정부와 탈레반은 보도를 부인했으나 그 동안 양측간 물밑 협상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음을 시사한 대목이다. 이어 26일에는 일본 아사히(朝日) 신문은 “탈레반이 인질 석방 대가로 1인당 10만달러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AIP는 27일에도 탈레반 대변인 아마디의 말을 인용 “28일 오후 2시30분 양측이 인질 석방을 위한 대면 협상을 재개한다”고 보도했고 미 CBS도 27일 탈레반 고위 간부의 말을 인용해 “28일 양측의 대면 협상 이후 탈레반이 인질 가운데 여성 3, 4명을 우선 석방할 것”이며 “나머지 인질들도 소그룹으로 나뉘어 차례로 석방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하면서 인질 전원 석방이란 합의 도출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예고했다.

예정보다 3시간 정도 늦은 시간인 28일 오후 5시48분께 가즈니시 적신월사 건물에서 인도네시아의 중재 하에 양측의 대면 협상이 시작됐다. 협상이 마무리되자 그 동안 협상 과정에 대해 함구하던 청와대 측이 ‘인질 전원 석방’을 공식 발표함으로써 41일간 숨가쁘게 달려온 양측간 협상도 극적으로 마침표를 찍게 되었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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