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여 전,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HSBC 같은 대주주 적격성에 하자가 없는 인수자가 나타난다면 금융당국이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을 승인해주지 않을 도리가 없는 것 아닌가요?” 그 때 답변은 이랬다. “HSBC도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 텐데, 설마 이를 무시하고 계약을 체결하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설마’가 현실이 됐다. 론스타는 감독 당국의 안일한 예측을 비웃듯 최근 HSBC와의 외환은행 매각 협상 사실을 공개했다. 계약서에 사인이 될 때까지는 철저한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는 인수ㆍ합병(M&A) 시장의 관행까지 깨고 국제적인 여론몰이에 나섰다.
지금까지는 론스타의 완승인 듯하다. 감사원, 검찰, 국세청, 금융당국이 총공세를 폈지만, 론스타는 꿈쩍 않고 제 갈 길을 가고 있다. “할 테면 해봐라”는 식이다.
28일에도 금융당국은 론스타를 향해 ‘구두 펀치’를 날렸다. 하지만 영 강도가 시원찮아 보인다. 아니, 강펀치를 맞은 뒤 휘청거리다 허공에 대고 팔 한 번 휘두르는 격이다. “외환은행 매각 문제에 대해 금융당국의 입장은 HSBC라도 예외적일 수 없다” (김대평 금융감독원 부원장). 2003년 외환은행 헐값 매각관련 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에는 이를 승인하기 어렵다는 기존 입장의 되풀이였다.
마지막 보루는 사법부이지만, 대반전은 쉽지 않을 것 같다. 설령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가 법을 위반했다는 판단이 내려진 경우에도, 금융당국이 내릴 수 있는 조치는 직권 취소를 통한 지분매각 명령밖에 없다.
론스타는 HSBC와의 ‘조건부 계약’에 따라 지분을 HSBC에 유유히 매각하면 그 뿐이다. 잔뜩 공을 들였던 국민은행 등 국내 은행은 헛물만 켠 셈이 될 것이다. 그것이 온 정부 기관이 총동원돼 ‘론스타 잡기’에 나선 결과다.
경제산업부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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