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의 엉터리 날씨 예보 때문에 올 여름 장사는 망쳤습니다.”
전북 남원시 지리산 달궁 계곡에서 20년 넘게 민박집을 운영해 온 최모(55ㆍ여)씨는 날씨 생각만 하면 울화가 치민다. 기상청이 쏟아낸 날씨 예보가 수시로 빗나가는 바람에 막대한 영업 피해를 봤기 때문이다.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날씨 예보에 예약 상황도 툭하면 바뀌게 됐고, 방이 텅텅 빈 날이 부지기수였다. 지난 일요일(26일)도 비가 올 것이라는 예보는 없었지만 오후부터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으며, 2팀은 “다음에 가겠다”며 예약을 아예 취소했다.
같은 지역 또 다른 민박집 주인 김모(47)씨의 불만도 비슷했다. “장대비가 온다고 예보가 나와 예약이 하나도 안 잡혔는데 비는커녕 해만 쨍쨍 내리 쬐는 날도 많았어요. 예년에 비해 손님이 3분의 1 이상 줄었습니다.”
김씨는 “기상청 일기 예보를 믿은 게 잘못”이라며 “그렇다고 다른 정보도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실제 기상청이 이달들어 27일까지 남원에 내렸던 강수 예상일중 닷새나 틀렸다. 비가 올 것이라고 예보한 날 중 닷새는 비가 오지 않았다는 뜻이다.
기상청 예보에 대한 불만은 남원 지역 뿐만이 아니다. 특히 장마가 끝난 후 본격 피서철 예보가 틀린 경우가 많아 관광특수를 노렸던 지방자치단체의 항의가 거세다. 전남도는 최근 기상청에 “기상특보 남발과 오보 사태를 개선해달라”고 요구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7월 1일부터 8월 15일 사이 비는 단 5일만 내렸는데 호우주의보는 14일이나 내려졌다”며 “잘못된 일기 예보로 도내 관광지 예약 취소가 잇따라 성수기 관광객 수가 크게 감소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상청이 자체 조사한 강수 예보 적중률도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하룻동안 강수 적중률이 48.7%에 그쳤다. 전국 76개 지점의 강수 유무를 조사한 결과 무려 40개 지점에서 틀린 것이다. 이달 들어 27일 현재까지 40%의 적중률을 기록한 날도 4일이나 됐다. 서울도 무려 7일이나 틀렸을 정도다.
앞서 7월 한달 강수 예보 적중률도 평균 75%로 저조하다. 휴가철이 시작된 7월14일 강수예보는 고작 30.7%의 적중률을 보였을 뿐이다.
기상청은 쏟아지는 비난에 곤혹스러워하면서도 뾰족한 대책이 없어 좌불안석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올 여름은 국지적인 게릴라성 호우가 많이 내려 날씨 예측이 어느 때보다 어려웠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상전문가들은 기상당국이 ‘도깨비 날씨’ 탓만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수치 예보를 위한 초기 관측 자료 부실은 도마의 한 가운데에 올라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김영철 한서대 교수(항공기상학)는 “한반도의 기상현상이 시작되는 서해상 관측자료가 없다 보니 수치 예보의 정확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베테랑 예보관들의 예보실 근무 기피도 예보의 신뢰를 저하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상준 기자 butto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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