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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을 "게이머 이름 벗고 감독으로 평가받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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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을 "게이머 이름 벗고 감독으로 평가받을래요"

입력
2007.08.29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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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플레이어 출신 선수는 명장의 반열에 오르기 어렵다’는 속설이 있다. 자신의 화려했던 선수 시절에 눈높이가 맞춰져 있어 팀내 선수들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보다 단점을 들춰내기 쉬워 선수 육성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프로게임단 ‘칸(KHAN)’을 지휘하고 있는 김가을(29ㆍ사진) 감독. 그는 이 달 초 국내 최대 스타크래프트 단체전인 ‘신한은행 프로리그 전기리그 2007’에서 팀을 당당히 우승으로 이끌며 주가를 올리고 있다.

용산 아이파크몰 8층 e스포츠 전용경기장에서 만난 김 감독에게 우승 당시 소감을 묻자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그 만큼 열심히 준비하고 훈련 했으니까요. 너무 당돌하게 들리나요”라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김 감독에게 유독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는 이유는 따로 있다. 그에게는 ‘프로게이머 출신 1호이자 첫 여성감독’이라는 타이틀이 붙어 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의 선수시절(2001~2002년) 프로필은 화려하다 못해 눈이 부시다.

국가대표 선발전을 포함해 KBK 국제 마스터즈대회와 온게임넷 롯데리아배, 삼성 디지털배 KIGL, iTV 서바이벌 리그 등 국내에서 벌어진 각종 여성부 경기 우승은 거의 독차지했다. 선수에서 감독으로 옷을 갈아입은 뒤에도 그의 인기는 여전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에도 계속 초등학교 학생들로부터 사인 공세가 이어졌다.

선수로서는 늘 최정상의 자리를 지켜왔지만 그가 팀을 맡아 우승의 자리에 올려 놓기까지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다. “2000년 팀 창단 이후 단체전에서 처음 우승했어요. 저희 팀에는 소위 말하는 스타플레이어가 없습니다.

오로지 팀워크로 우승을 일궈냈죠. 고된 훈련을 묵묵히 따라준 선수들에게 고마울 따름입니다.” 김 감독은 우승 공로를 선수들에게 돌렸다.

팀을 정상으로 이끌었지만 김 감독에겐 또 다른 목표가 기다리고 있다. 삼성전자 ‘칸’을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최강의 팀으로 만들어 ‘스타 출신 감독은 명장의 대열에 합류하기 힘들다’는 징크스를 보란 듯이 깨는 것이다.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드러난 선수 개개인들의 위기관리 능력과 효과적인 전술 수행 요령 등 팀의 약점을 보완하는 것도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다.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여성 프로게이머 선수 출신’이라는 그럴듯한 직함보다 감독으로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고 싶습니다.” 최고의 지도자가 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그는 연습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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