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규모 45조원, 매출 5조2,000억원의 거대 공기업 대한주택공사(주공)가 45년 만에 체질개선에 나선다. 국내 공기업 중 처음으로 민간기업의 제품별(사업유형별) 사업부제를 도입, 책임경영 체제를 갖추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해 가겠다는 전략이다.
주공의 리모델링을 진두지휘 하는 인물은 대우건설 최고경영자 출신으로 올해 3월 취임한 박세흠(58ㆍ사진) 사장이다. 박 사장은 28일 경기 분당 주공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본사 조직을 직능별 체제에서 사업유형별 체제로 바꾸는 내용의 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주공은 본사 조직을 기존 7개 본부에서 사업유형별로 ▦기획혁신본부 ▦주거복지사업본부 ▦임대주택사업본부 ▦도시개발사업본부 ▦개발사업본부 ▦도시재생사업본부 6개로 개편하고, 각 본부의 상임이사가 책임경영을 하도록 했다.
상임이사는 권한이 대폭 늘어나는 반면, 2년 임기 동안 경영성과가 좋지 않으면 바로 퇴출 된다.
주공은 경영성과에 따른 보상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바꾸기 위해 사장 직속의 ‘SPACE21 혁신단’ 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또 본사-지역본부-현장으로 이어지는 3단계 업무체제가 사업본부-현장의 2단계로 줄어들어 업무 효율성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 사장은 “시공 뿐 아니라 설계, 감리 등에서 주공의 요구조건만 충족시킨다면 언제든지 비효율적인 업무를 아웃소싱 할 준비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취임 후 27차례에 걸쳐 전직원의 절반에 가까운 1,821명의 사원과 대화를 갖고 조직개편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등 직원들의 동요를 막기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박 사장은 “인적 구조조정의 개념이 아니라 업무 효율을 위한 조직개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민간기업 시스템을 도입해 공기업의 혁신을 이루려는 박 사장의 실험이 성공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과거 KT가 사업부제를 도입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박사장은 “앞으로 다가올 경영환경의 변화를 볼 때 주공은 공공성 뿐 아니라 수익성까지 추구해야 한다”며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경영 효율화를 이룸으로써 공기업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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