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상파 방송사의 가요 순위 프로그램이 부활할 조짐과 관련,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KBS 뮤직뱅크가 9월 개편을 앞두고 2001년 폐지했던 순위제를 재도입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자, 문화연대가 지난 17일 성명을 통해 순위제 부활에 전면적으로 제동을 걸면서 논란은 촉발됐다.
문화연대는 성명에서 “캐스팅의 불투명성, 방송사의 사적인 이해관계, 기획사의 횡포, 특정장르 편중 등 가요순위 프로그램이 갖고 있던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이를 부활하려는 움직임은 대중음악을 과거의 관행으로 회귀시킬 것”이라며 순위제 부활에 반대했다.
이에 대해 뮤직뱅크 윤현준 PD는 순위제 도입이 결정된 사항은 아니며 고려 중이라는 것을 전제로 “반대하는 사람들은 공정성이 없다는 것을 이야기하는데, 그것을 확보하는 과정에 대한 충고는 모르지만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문제가 있다는 식이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윤 PD는 또 “순위제 폐지로 장르의 편중성이 해결된 것도 아니며, 방송사가 대형기획사를 조정하거나 횡포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며 “순위제 도입이 확정되면 100%는 아니더라도 제기되고 있는 우려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프로그램을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순위제 논란의 핵심은 도입 여부가 아니라 어떻게 공정성을 확보하느냐 하는 문제라는 지적도 뒤따랐다. MBC 가요 프로그램 ‘쇼 음악중심’의 연출을 맡고 있는 강영선 PD는 순위제 도입을 고려하지 않는다면서도 “도입 자체보다 순위의 공정성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느냐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침체된 음반 시장은 가요 프로그램의 인기 하락과 연결됐기 때문에 가요에 대한 관심을 고취시킬 수 있다면 순위제도 하나의 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음반 제작사나 가수 등 대부분의 대중음악 관계자들은 음반 시장의 침체가 하루이틀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에 공감한다. 과거 밀리언셀러가 즐비했던 음반 시장은 이제 톱스타의 음반도 10만장을 넘기기 힘든 상황이다.
언제 어디서든 음악을 접할 수 있는 인터넷으로 ‘공짜’ 다운로드를 받는 수용자의 선택도 음반 시장의 축소를 가져왔다. 이에 대한 대처 부족으로 제작자들은 팔리는 장르의 노래만 만들거나 소속 가수들을 토크쇼, 개그 프로그램, 드라마 등으로 진출시킬 수밖에 없는 악순환을 야기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상파 방송사의 순위제 도입은 대중음악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30, 40대 음반제작자들의 모임인 ‘젊은 제작자 연대’의 박행렬 공동대표는 “순위제 도입에 있어 가요 팬들이 용납할 수 있는 투명성과 신뢰성이 바탕이 된다면 장르도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순위제가 음반 판매시장의 매출 향상으로 즉각 연결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가요를 좋아하는 팬들의 관심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상파 방송의 음악 관련 프로그램은 다양하게 변화해 왔다. 출연자가 노래만 부르던 전형적인 방식에서 탈피, 공연과 토크라는 컨셉을 장착한 KBS ‘윤도현의 러브레터’ 같은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신인을 등장시켜 대결구도라는 버라이어티적 요소를 가미한 MBC의 ‘쇼바이벌’도 대중가요의 폭을 넓히고 있다는 평가다. “우리 대중음악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는 ‘장치’로서 순위제가 순기능을 한다면 좋은 일 아니겠느냐”는 것이 방송ㆍ대중음악 관계자들이 거는 기대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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