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코트에도 ‘골리앗’이 떴다.
205㎝의 큰 키에서 뿜어 나오는 강서브가 코트 바닥을 강타한다면? 속도와 방향, 낙폭을 고려할 때 네트 건너편 상대에게는 그야말로 공포의 대상이다. 전후좌우로 쉴새 없이 움직여야 하는 테니스의 특성상 장신 선수가 빛을 보기 어려운 가운데 신장 2m를 훌쩍 넘는 ‘테니스 골리앗’이 혜성처럼 등장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고공 폭격’의 주인공은 미국 대학 테니스계를 평정한 스물 두 살의 신예 존 이스너(세계 184위). 이스너는 28일(한국시간) 열린 US오픈 1회전에서 세계랭킹 26위 야르코 니미넨(핀란드)을 3-1(6-7 7-6 7-6 6-4)로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205㎝ 107kg의 이스너는 니미넨을 상대로 무려 34개의 서브 에이스를 작렬시켰다. 최고 시속 230㎞를 기록한 강서브의 연속이었다. 세컨드 서브의 속도도 가공할 만하다. 180㎞가 넘는 두 번째 서브로 상대의 허를 찌르고 가까스로 받아낸 공을 가볍게 포핸드로 공략하는 방법으로 니미넨을 굴복시켰다. 니미넨은 경기 뒤 “내가 여지껏 받아본 가장 어려운 서브였다. 그리고 가장 최고의 서브이기도 했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스너는 이제 막 프로 테니스에 뛰어든 풋내기. 2003년부터 4년간 미국 조지아대에서 활동한 이스너는 올 여름 세계랭킹 839위에 불과했다. 하지만 행운이 찾아왔다. 7월 레그 메이슨 클래식에 와일드카드로 출전한 이스너는 팀 헨만(73위) 토미 하스(12위) 등 ‘대어’들을 연이어 잡고 결승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비록 결승에서 앤디 로딕(5위ㆍ미국)에 패했지만 5경기에서 무려 144개의 서브 에이스를 기록한 이스너의 출현에 미국 언론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스너는 2003년부터 4년간 한 번도 세계랭킹 1위를 배출하지 못하며 침체기에 빠진 미국 테니스계에 신선한 희망을 던지고 있다.
하지만 이제 막 프로 테니스계에 발을 들여 놨기 때문에 부족한 점도 많다. 워낙 신장이 큰 탓에 압도적인 서브를 갖고 있지만 그라운드 스트로크는 아직 수준 미달이다. 또 이스너가 세계 톱랭커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프로 의식이 전제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지난 6일 미국 테니스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테니스 선수로서 목표는 크게 갖고 있지 않다. 만약 별다른 성과가 없다 하더라도 내게는 조지아대 졸업장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 테니스의 간판스타 이형택(43위ㆍ삼성증권)은 US오픈 1회전에서 난적 도미니크 에르바티(36위ㆍ슬로바키아)에게 3-2로 역전승을 거두고 64강에 올랐다. ‘황제’ 로저 페더러(1위ㆍ스위스)와 여자단식 1위 쥐스틴 에냉(벨기에)도 1회전을 가뿐히 넘었다.
김기범 기자 kik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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