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공기업들이 큰 적자를 내거나 간신히 흑자를 내면서도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입맛에 맞는 인사로 사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여전히 도덕적 해이(解弛)에 빠져 있는 사실이 또다시 드러났다.
그런데도 정부는 '공기업의 특수성' 운운하며 국민정서와 동떨어진 변명만 하고 있다. 말로는 공기업 경영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외치면서도 매사 이런 식으로 느슨하게 대처하니 국민들은 세금 내기가 아까운 것이다.
기획예산처가 운영하는 공공기관 정보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철도공사는 지난해 5,200억원 대의 적자를 냈으나 최근 직원 당 평균 400만원씩 모두 1,200억원(296%)을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성과급 하한선인 200%에다, '14개 정부투자기관 경영실적 평가' 순위가 전년도 꼴찌에서 12위로 2단계 오른 몫이 더해져서다.
전년도 대비 평가 순위가 7단계나 하락해 11위에 머문 KOTRA는 346%, 꼴찌인 석탄공사도 200%를 받는다. 농촌공사 농수산물유통공사 광업진흥공사 등의 성과급은 보잘 것 없는 흑자폭을 훌쩍 뛰어넘는다.
예산처는 "민간기업과 달리, 공공재를 공급하는 공기업의 경영평가는 수익성과 공익성 지표를 함께 고려해야 하고, 기관 평가가 나쁘더라도 내부의 개인별 성과관리 등을 위해선 성과급 하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막대한 고속철도 건설 빚을 안고 있는 철도공사나 저소득층 연료를 공급하는 석탄공사 등이 그런 예로 꼽힌다. 하지만 그런 점을 감안한다 해도, 정부의 경영평가 잣대나 200~500%의 성과급 기준이 엄밀하고 적정한지는 의문이다.
또 다른 사례로, 한전은 사장 추천위를 구성하면서 시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민간위원 7명을 모두 '안면 있는' 사람으로 채웠고 대한주택보증은 이해 충돌을 무릅쓰고 임원 추천위원에 경영평가위원을 끼워 넣었다.
마사회는 명예퇴직을 유도한다며 '퇴직 후 3년간 건강검진과 경조사비 혜택'을 내걸었다. 모두 정부가 '공공개혁 원년'이라고 목청 높인 올해 일어난 일이다. 공기업의 문제는 바로 정부의 문제임을 국민들은 똑똑히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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