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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인질 전원 석방 합의/ "살아 돌아온다니 꿈만 같다" 안도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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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인질 전원 석방 합의/ "살아 돌아온다니 꿈만 같다" 안도의 눈물

입력
2007.08.29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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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풀려났다. 만세.”

탈레반에 억류된 한국인 19명 전원이 석방된다는 소식이 전해진 28일 피랍자 가족들은 “반드시 살아 돌아오리라 믿었다”면서도 행여 꿈일까 몇 차례나 ‘석방’을 확인하면서 환호성을 터뜨렸다.

가족들은 납치 이후 41일 동안 생사를 넘나드는 고통에 몸부림친 아들 딸과 형제 자매의 모습을 떠올리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지만, “정말 꿈이 아니다”면서 서로를 얼싸 안고 기쁨의 눈물을 쏟아냈다. 이불에 얼굴을 파 묻은 채 감격에 겨워 흐느끼는 울음 소리도 흘러나왔다. 악몽 같은 고통은 씻은 듯 사라지고 초조와 두려움이 드리워졌던 얼굴엔 환희와 기쁨의 미소가 가득 번졌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샘물교회의 피랍자 가족대책사무실에 모여 TV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20여명의 가족들은 오후 8시25분께 청와대가 전원 석방을 공식 발표하자 두 손을 치켜 들고 일제히 만세를 불렀다.

고개를 파 묻은 채 한없이 울던 제창희(39ㆍ여)씨의 어머니 이채복(70)씨는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은 정부와 국민 여러분께 고개 숙여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일부 가족은 석방이 믿기지 않는 듯 제 살을 꼬집으며 꿈이 아닌 현실에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샘물교회 이헌주 목사는 “살아 돌아 온다니 꿈만 같다. 꿈꾸는 것 같다”는 말만 되뇌었다.

가족들은 청와대 공식발표 후 1시간 20여분만인 오후 9시40분께 기자회견을 열어 어려운 협상에서 석방을 이끌어낸 정부와 국민에게 거듭 고마움을 표했다.

피랍가족모임 대표 차성민(30)씨가 “고인(故人)이 된 배형규(42) 목사와 심성민(29)씨 두 분의 가족을 생각하면 가슴이 너무 아프다”며 울먹일 때는 모두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글썽였다. 그는 “누나(차혜진ㆍ31)가 피랍된 이후 한시도 잠을 이루지 못했다”며 “피랍자 가족 모두 그 동안 석방에 최선을 다해 준 모든 분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살겠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이날 오후 "오늘 4차 대면협상이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협상 뒤 전원 석방 발표가 예상된다"는 등의 긴급 뉴스가 전해 질 때마다 “석방된대요", “다 나온대요”라며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한 채 정부의 공식 발표를 애타게 기다렸다. 그러나 “우리 정부에 인도될 때까지 안심할 수 없다”는 조심스러운 반응도 적지 않았다.

특히 이틀 전인 26일 아프간이슬라믹프레스(AIP)가 전원 석방 소식을 전한 뒤 피 말리는 초조함 속에 날밤을 샜지만 허사로 끝난 경험이 있던 터라 차분함을 잃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로이터 통신을 통해 육성이 공개됐던 유정화(39ㆍ여)씨의 어머니 곽옥강(68)씨는 청와대 발표 직후 “그래 이제 마음 놓고, 그래 아이고 그럼, 감사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서경석(27)ㆍ서명화(29ㆍ여)씨 남매의 아버지 서정배(57)씨는 친지들의 축하 전화를 받으면서 연신 “잃어버린 자식을 다시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박혜영(35ㆍ여)씨의 이모부 장종식(75)씨는 “하늘을 나는 기분이 바로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감격해 했다.

김윤영(35)씨의 남편 류행식(36)씨는 “아이들에게 엄마가 아프가니스탄 아이들을 다 돌봐주고 곧 돌아온다고 말할 수 있어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다”며 기쁨을 만끽했다. 류씨는 6일 아내의 무사귀환을 귀환하는 ‘사랑하는 아내에게’라는 제목의 사용자제작콘텐트(UCC)를 국내외 사이트에 올려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17일 먼저 풀려난 김경자(37) 김지나(32)씨 등 2명의 여성 가족들도 한 마음으로 기뻐했다. 김지나씨의 오빠 지웅(35)씨는 “동생의 시계는 아직도 아프간 시각에 맞춰져 있다. 지나가 돌아온 후에도 마음이 편치 않았는데 이제야 부담을 덜게 돼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며 활짝 웃었다.

‘석방을 양보’한 이지영(37)씨의 오빠 종환(38)씨는 “동생 편지가 공개 됐을 때 섭섭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결정을 내린 데는 분명 이유가 있겠지 하며 동생을 믿었다”고 말했다.

고 심성민씨의 아버지 심진표(62)씨는 고향 경남 고성에서 석방 소식을 듣고 기쁨을 함께 했다. 가족들은 기쁜 마음을 잠시 가라 앉히고 피랍자들의 귀국 시기와 방법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기도 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성시영기자 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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