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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우리의 문화적 자화상과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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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우리의 문화적 자화상과 희망

입력
2007.08.29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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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이 부를 이루거나 유지하면서 시간이 감에 따라 문화적으로 어떤 변화가 오는가를 묘사한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될 의식주도 문화적으로 각기 다른 의미를 갖는다는 것인데, 어떤 통계에 근거한 것은 아니다. 마치 우리의 자화상을 보는 것 같은 내용으로서 경청할 만한 이야기이다.

● 문화 순서는 집, 의상, 음식

우리나라 사람들에게서 본인 당대에 돈을 벌었을 경우 가장 먼저 변하는 것이 무엇일까? 십중팔구가 집부터 사고 본다는 것이다. 집은 살기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부를 오래 안전하게 보전하고 보존할 수 있는(심지어 증식 시키기 위한) 수단이다. 자신의 성공과 성취를 과시하기 위해서도 크고 화려한 집만큼 좋은 것은 없다.

70년대 소득이 증대되면서 주택의 수요가 폭증했다. 다른 것은 몰라도 한국인들의 집에 대한 집착과 욕구는 끝이 없어 보인다. 물론 자동차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집에 대한 대체재는 아니다. 집을 사고 나면 다른 문화적 향유의 욕구로 발전되는 것 같지만, 역시 당대 졸부의 문화는 집을 벗어나지 못한다.

한 가문의 부가 2대째 안정적으로 지속될 때, 그때 달라지는 것은 의복이란다. 실제로 부자 부모의 옷은 남루하지만 자식들의 의복은 대단히 우아하고 하려한 경우가 많다. 어딘지 모르게 세련된 옷맵시를 지니고 있는 사람은 적어도 당대만의 부자가 아닐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한복의 경우가 그렇다. 같은 값이어도 어딘지 모르게 옷을 잘 입고, 또한 액세서리 하나를 걸치더라도 어떤 향기를 느끼게 하는 사람이 있다. 옷을 잘 입는 감각은 오랫동안 주변 사람들이 하는 모습을 보고 배우며 익힌 결과이다.

그렇다면 3대째 부를 유지하는 가문은 무엇이 다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음식문화가 다르다 한다. 우리가 이제 먹고 살만한 단계에 접어들기는 했으나, 여전히 끼니를 때우는 수준이지 그 이상은 아니다.

음식의 맛을 잘 내기도 쉬운 것이 아니지만, 음식과 관련하여 분위기 있는 식탁과 식기들,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디자인, 기품 있는 장식들이 함께 할 때 비로소 음식이 문화로 승화된다.

한 끼의 식사란 허기진 위를 채우는 것만이 아니라 문화 자체를 누리는 행위이다. 금년 카셀 도쿠멘타의 일곱 번째 전시장이 카셀로부터 멀리 떨어진 스페인의 엘불리(ElBulli)라는 레스토랑으로 공표되어 화제가 되고 있다. 음식을 예술로 볼 수 있느냐의 화두가 아니더라도, 음식이 문화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것이다.

● 문화는 오랜 훈련 끝의 세련

살아갈수록 공감이 가는 이야기이다. 구분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문화란 오랜 세월을 통해 교육되고 훈련되어야 하는 것이라는 훈화 정도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며칠 사이 개학이 시작되면서 문화가에 어린 학생들의 발길이 뚝 끊어졌다. 자의든 타의든 어린 학생들이 엄마의 손을 잡고 미술관이나 공연장을 찾는 학생들의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

문화예술계에 충격적이고 우울한 소식들이 많지만, 그들의 모습에서 희망을 발견하고 있다. 당대든 3대든 진정한 부자는 직접 발품을 팔아 정신적 풍요를 얻는 바로 저들의 세대이다. 문득 방학을 4계절로 나누어 누리면 안 되는 것일까 하고 생각해 본다.

이재언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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