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K리그 순위표가 바뀌었다. 지난 4월1일부터 순위표 맨 꼭대기를 굳게 차지하고 있던 성남 일화가 한 계단 내려섰다. 대신 K리그 최고의 스타 사령탑인 차범근 감독이 두 손을 모으며 차분한 미소를 지었다.
‘차붐 수원’이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전남을 제물 삼아 K리그 선두에 올랐다. 수원은 2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삼성하우젠 K리그 19라운드 전남과의 경기에서 공격수 하태균(20)의 선제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이기고 5연승의 신바람을 냈다.
수원은 12승4무3패를 기록, 성남(11승5무2패ㆍ승점38)을 제치고 승점 40 고지에 가장 먼저 오르며 올시즌 처음으로 정규리그 1위에 올랐다. ‘디펜딩 챔피언’ 성남이 1위 자리를 내준 건 4월1일 이후 4개월 28일만이다.
최근 4경기에서 지는 법을 몰랐던 수원이었다. 후반기 시작을 알린 8일 전북전에서 2-3으로 진 이후 쾌조의 4연승을 달린 수원은 일방적으로 전남을 몰아붙였다. 수원은 전반 45분간 백지훈-이관우-김대의-하태균-에두 등 공격 자원이 모두 한 차례씩 날카로운 슛을 날리는 등 짜임새 있는 공격을 펼쳤다. 골키퍼 이운재가 하는 일이 없어 넋놓고 바라보기만 했을 정도.
이기는 법을 아는 팀답게 흐름을 놓치지 않았다. 초반부터 서너 차례 위협적인 공격을 퍼부은 수원은 올림픽대표팀의 주전 스트라이커 하태균이 전반 16분 페널티에어리어 왼쪽에서 통렬한 오른 발리슛을 터트리며 앞서 나갔다. 하태균의 리그 3호골이자 지난 대구전에 이은 2경기 연속골. ‘반지의 제왕’ 안정환을 내치고 과감히 하태균을 선발로 내세운 차 감독의 용병술이 들어맞는 순간이었다.
선제골을 허용한 전남은 후반 들어 반격에 나섰지만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후반 13분 송정현이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서는 결정적인 기회를 놓친 것이 아쉬웠다. 전남은 25일 광주전 이후 체력을 회복할 시간이 충분하지 못했던 것이 패인이었다.
수원은 이날 승리로 지난 해부터 4경기 연속 전남을 이기지 못한 ‘작은 징크스’도 떨쳐 버렸다. 차범근 감독은 현역 시절 라이벌이었던 허정무 전남 감독과의 승부에서 이기는 기쁨도 더했다. 하지만 수원의 정규리그 선두는 ‘1일 천하’로 끝날 수도 있다. 하루 늦게 K리그 19라운드를 갖는 성남은 29일 경남을 홈으로 불러들여 1위 탈환을 노린다.
한편 울산은 28일 홈경기에서 전반 초반 터진 이종민과 박동혁의 연속골로 대구를 2-1로 꺾고 승점 32점을 기록하며 3위 자리를 지켰다.
수원=김기범 기자 kik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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