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찰스 왕세자의 두 번째 부인으로 다이애나 전 왕세자비의 비극적인 죽음과 전혀 무관하다고 할 수 없는 카밀라 파커 볼스(60)가 결국 다이애너비의 10주기 추모식 참석을 포기했다. 카밀라는 다이애나비 소생인 윌리엄, 해리 왕자의 초대를 받았지만 냉담한 여론과 주변의 차가운 시선을 견디지 못하고 31일 거행되는 추모 행사에 나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는 26일 성명을 내고 “윌리엄, 해리 두 왕자가 나를 초대해준 데 감동을 받았고 그래서 초청에 기꺼이 응해 왕자들을 도우려 했다”며 “하지만 내가 참석하면 고인의 생애와 봉사에 맞춰져야 할 행사의 초점이 자칫 다른 곳으로 분산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불참 이유를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카밀라는 이어 “나의 어려운 결정을 받아 들인 남편과 두 왕자에 감사 드린다”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그는 다이애나비의 추모식에 어떻게 든 가려 했지만 동석할 다이애나비의 친구와 추종자들에 상당한 심적 부담감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찰스 왕세자는 그런 카밀라에게 꼭 참석하자고 강력히 권유했다고 한다.
왕실에선 다이애나비로 인해 그간 왕실 안팎에서 갖가지 ‘굴욕’을 겪은 카밀라로서도 이번 불참 결심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전하고 있다. 다이애나비는 생전에 여러 차례 찰스 왕세자와 자신 사이에 카밀라가 끼어 들었다고 불만을 토로해 왔다.
찰스 왕세자와 장기간 친밀한 관계를 맺어온 카밀라에 대해 다이애나비는 특히 이혼 전 해인 1995년 “세 명이 결혼생활을 하기 때문에 다소 혼란스럽다”고 털어 놓아 영국 여성들의 동정을 사기도 했다. 찰스 왕세자와 카밀라는 2005년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렸다.
최근 대중 일간지 데일리 메일의 의뢰로 ICM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카밀라가 추도식에 참석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54%를 차지했고 특히 여성 응답자 경우 61%가 반대했다. 앞서 MOR 여론조사에서도 ‘카밀라가 왕비가 돼서는 안된다’는 대답이 55%에 달해 그를 상심하게 했다.
카밀라는 ‘다이애나 원죄’를 감수한 듯 왕세자비의 칭호 ‘프린세스 오브 웨일스’의 사용을 자진 반납하고 찰스의 여러 작위 중 하나에 불과한 ‘콘월 공작’의 부인으로 공식 호칭을 대신하고 있다.
지금까지 다이애나비의 추모 행사는 월리엄과 해리 왕자가 사적으로 치러 왔다. 하지만 97년 다이애나비가 파리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지 10년째를 맞는 만큼 올해는 행사를 뜻 깊게 엄수하기로 했다. 두 왕자가 소속한 육군근위기병연대의 웰링턴 병영 안에 있는 예배당 가즈채플에서 열리는 행사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부부를 비롯한 500여명의 왕실 사람과 가족, 각계 친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릴 예정이다.
찰스 왕세자는 물론 고든 브라운 총리와 전직 총리 토니 블레어, 존 메이저가 출석하며 다이애나비 장례식 때 <바람 앞에 촛불> 을 추모곡으로 바쳤던 팝스타 엘튼 존과 클리프 리처드, 사진가 마리오 테스티노, 영화감독 리처드 아텐보로 등 유명 인사도 대거 참석한다. 바람>
10주기 행사에선 윌리엄과 해리 왕자가 어머니를 기리는 추모사를 읽고 다이애나비의 친언니 새라 맥코쿼데일 백작부인도 헌사를 낭독한다. 또한 성공회의 로완 윌리엄스 켄터베리 대주교가 기도를 집전하고 다이애나비가 죽기 전에 좋아했던 찬미가와 음악이 연주되는 등 약 1시간에 걸쳐 진행된다.
한성숙 기자 han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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