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유통업체 간의 알짜매장 확보경쟁이 '편법분양'과 '출혈경쟁'으로 얼룩지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신규 매장입지가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남은 유망상권에 매장을 잡기 위한 경쟁이 정상 궤도를 이탈해 과열양상을 빚고 있다. 일부에서는 법적 소송까지 붙고 있다.
최근 상가분양 공고를 낸 서울 중구 황학동의 초대형 주상복합인 '롯데캐슬베네치아'는 입점을 놓고 법정 공방까지 벌이는 대표적인 곳이다.
이 곳은 대단지(1,870가구)에 인근에 왕십리뉴타운 창신동 숭인동 등 재개발지역이 많고, 환승역 3개(신당, 동묘앞, 신설동)가 교차하는 대형 상권이라 수년전부터 롯데마트와 삼성테스크 홈플러스가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문제는 이 달 16일 일간지에 상업시설 분양공고가 실리면서 비롯됐다. 조합은 공개 입찰공고에 자격조건으로 '부채비율이 300%를 넘지 않을 것'이라고 이례적으로 명시했는데, 이 조항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입찰자격을 박탈 당한다. 재개발조합측은 "재무적으로 안정된 업체를 선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테스코 관계자는 "매출 4조6,000억원의 업계 2위로, 한국신용평가㈜로부터 신용등급 A2+를 받은 삼성테스코가 '부채비율'이라는 한 가지 요소에 의해 재무적 안정성을 의심 받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시공사인 롯데건설이 계열사인 롯데마트를 단독 참여시키기 위해 압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삼성테스코는 21일 서울중앙지법에 분양절차진행금지가처분 신청을 한데 이어 23일에는 공정거래위원회에도 이 사안을 고발 조치했다.
한편 부산 해운대에서는 '면세점 출혈경쟁' 논란이 한창이다. 롯데와 신세계가 부산 면세점 신설을 경쟁적으로 추진하면서 부산 향토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파라다이스 측에서 발끈하고 나선 것. 현재 부산에는 서면 롯데면세점, 해운대 파라다이스 면세점, 김해공항 면세점 등 3곳이 영업중이다.
신세계는 당초 해운대 해수욕장에 위치한 웨스틴조선호텔 2층 연회장에 면세점을 운영키로 하고 이 달 16일 부산 용당세관에 보세판매장 영업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출혈경쟁 논란이 일자 24일 이를 자진 철회하고 2008년 말 해운대 센텀시티에 완공되는 복합쇼핑센터에 면세점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롯데는 올해 12월 문을 여는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 7층에 3,000㎡(약 1,000평) 규모의 대형 면세점을 신설하기 위해 내달 보세판매장 영업 신청을 할 예정이다. 현재 관광공사가 맡고 있는 김해공항 면세점 운영권도 11월부터 롯데면세점이 이어받게 된다.
파라다이스 측은 "시장규모가 부산의 5배 이상인 서울에도 면세점이 6개인데 부산에 대형 면세점 5개가 들어설 경우 출혈경쟁이 불가피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2000년 이후 면세점 신설을 허가하지 않았으나 외국인 관광객 현황, 면세점 이용객 추이, 시내 면세점의 외화획득 실적, 운영중인 면세점 수 등을 종합 검토해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문준모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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