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의원 선거 참패로 비틀거리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정치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 아베 총리는 내각 및 자민당 간부 교체로 정치적 반전을 시도함으로써 그를 떠난 민심을 되돌리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인사에 대해 "중후하지만 참신성이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어 그의 기대를 충족할지는 미지수이다. 오히려 민주당의 정권교체 공세가 본격화할 경우 아베 총리가 조기퇴진의 길로 몰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아베 정부의 내부 균열을 불러왔던 각료들의 정치자금 스캔들이 새 내각에서도 재연할 경우 더 이상 정권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이번 인사의 가장 큰 특징은 자민당 각 파벌 회장 등 당 내 중진을 대거 기용한 것이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간사장, 마치무라 노부다카(町村信孝) 외무성 장관, 고무라 마사히코(高村正彦) 방위성 장관,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총무회장 등이 파벌 회장들이다.
유임한 이부키 분메이(伊吹文明) 문부과학성 장관까지 합하면 자민당 9개 파벌중 5개 파벌의 회장이 정권에 참여했다. 여기에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郞) 재무성 장관, 요사노 가오루(與謝野馨) 관방장관 등 당내 중진들이 요직을 차지해 정권에 무게감을 주었다.
선거 참패의 책임을 강하게 묻는 등 아베 총리에게 비판적이었던 마스조에 요이치(舛添要一) 후생노동성 장관을 비롯 7명의 새 얼굴들을 입각시키고, 아베 총리의 친구였던 야스히로(鹽崎恭久) 관방장관과 나카가와 쇼이치(中川昭一) 정조회장을 경질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이는 아베 총리가 당내에서 구심력을 회복하기 위한 거당체제 모양새 갖추기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면 '아베 사람'을 요직에 배치함으로써 보수ㆍ강경의 아베 색깔을 유지하려는 의도도 드러냈다. 아베 총리와 친한 이시하라 노부테루(石原伸晃) 정조회장과 아소 간사장, 마치무라 외무성 장관 등이 그러한 면면이다. 거당체제를 갖추면서도, 안보 외교 분야 등에서 보수ㆍ강경적인 아베 색깔을 유지하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문제는 국민들의 판단이다. 개각 후 긍정과 부정론이 교차하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아베 총리가 꿈꾸는 새로운 국면전환의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개각 이후 야당의 공세도 강해지고 있다. "서프라이즈가 없는 서프라이즈 개각""아베 총리의 학부모 내각"이라는 등 야유가 쏟아지고 있다.
이번 인사로 한국 등 이웃나라에 미치는 외교적 영향은 한정적일 것으로 보인다. 과거사 문제에 대해 보수ㆍ우익적인 입장인 마치무라가 외무성 장관으로 복귀하는 등 신경 쓰이는 부분도 없지않지만, 온건 노선의 중진 정치가들이 주요 포스트에 포진하고 있다는 점이 그 근거이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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