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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습 드러내는 '박병원 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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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습 드러내는 '박병원 구상'

입력
2007.08.28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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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회사 회장은 은행 증권 카드 보험 등의 자회사를 선수로 둔 감독에 비견될 수 있다. 스타 선수 한 명을 육성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적재적소에 선수들을 배치해 팀 워크를 극대화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박병원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4월 취임 후 "첫번째 과제는 그룹 내 자회사끼리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전통적인 은행 영업 대신 비은행 분야 수익 창출에 주력하겠다"고 강조해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자회사 간 시너지 극대화, 비은행 부문 강화를 골자로 하는 '박병원 구상'이 서서히 현실화하고 있다. 우리금융이 여신전문회사인 한미캐피탈과 보험회사인 LIG생명을 거의 동시에 인수하겠다고 나선 것. 비록 규모가 큰 회사들은 아니지만 한 금융회사가 인수ㆍ합병(M&A) 시장에 동시다발적으로 뛰어드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다.

자산 200조원을 돌파하며 은행권 '빅3 체제'를 확실히 구축한 우리은행과 증권업계 최대 규모인 우리투자증권 등 1~2곳의 '스타 자회사'를 제외하면 뒷받침해줄 비은행 자회사가 빈약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은 6월 스타리스 인수전에서 효성에 고배를 마신 후 곧 바로 한미캐피탈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소비자금융 사업 진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은행권에서 미처 소화할 수 없는 소액 소비자대출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포석이다.

'보험사 인수는 서두르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혀온 우리금융은 LIG생명 인수 추진을 공식화함으로써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보험업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경쟁사인 신한금융이나 하나금융과 달리 보험 자회사가 없다는 것이 종합금융그룹을 지향하는 우리금융의 약점으로 지적돼 온 탓이다.

시장의 반응도 비교적 긍정적이다. NH투자증권 김은갑 연구원은 "한미캐피탈이 우리금융 자회사가 될 경우 은행 대출 신청자 중 낮은 신용도를 가진 고객을 캐피탈 자회사 고객으로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미캐피탈도 우리금융의 신용도를 바탕으로 조달금리가 낮아지는 효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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