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불꽃 튀는 대결을 주도했던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전 대표측 전사(戰士)들이 27일 한 자리에 모였다.
이 후보측 주호영 박형준 정두언 진수희 의원, 박 전 대표측 유승민 최경환 유정복 이혜훈 곽성문 의원 등 초선 의원 9명은 강재섭 대표 초청으로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오찬을 함께했다.
승자도 패자도 모두 웃었지만, 곳곳에 앙금과 긴장이 느껴졌다. 말을 아끼는 이 후보측 의원들에 비해 박 전 대표측 의원들은 간간이 뼈 있는 농담을 던지며 패배의 아쉬움을 달랬다.
유승민 의원은 대학 동기인 정 의원에게 "표정 관리 좀 하고 다녀"라며 손을 잡았고, 유정복 의원은 등산하다 다리를 다친 진 의원에게 "다리를 절면서도 얼굴은 많이 좋아졌어"라고 인사를 건넸다.
강 대표의 제의로 폭탄주가 돌면서 어색한 침묵이 누그러졌다. 유승민, 박형준 의원은 잔을 비운 뒤 잠시 아무 말없이 포옹하기도 했다.
강 대표가 "젊은 피가 중요하다. 톡톡 털어버리자"고 하자, 이혜훈 의원은 "진 사람은 털어놓을 것도 없다"며 말끝을 흐렸다. 이어 강 대표는 멋적은 듯 "민주주의가 좋긴 좋다.
예전 같으면 진 쪽은 망나니가 한강 모래 위에 다 꿇어앉혔다"고 농담을 했지만, 최 의원은 "누가 망나니냐. 정두언 의원이냐. 오늘부터 한번 해봐라"고 맞받아쳤다.
양측은 입을 모아 강 대표에게 "본선에서 중심을 잘 잡아달라"고 요청했다. 곽 의원은 "패자는 말이 없다. 이긴 쪽에서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며 "대구에서는 차라리 손학규나 조순형을 찍겠다고 한다. 대구의 마음을 헤아려 민심을 잡아달라"고 직언하기도 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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