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 사건에 대한 청와대 정책실장의 외압설을 제기한 장윤 스님이 종적을 감춘 이후 조계종이 난처한 입장에 빠졌다.
조계종 총무원은 신정아 가짜학위 사건에 대해 동국대 학내 문제로 선을 긋고 있었으나 청와대 외압설 이후 그 원인으로 종단정치가 거론되면서 이른 시일 내에 이 문제를 진화하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이 문제로 종단의 이미지에 큰 손상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조계종 총무원 측은 “종단 내 야당이라고 할 수 있는 계파들이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를 밀은 것이 아니며, 신정아 사건과 종단정치와는 별 관계가 없다”면서도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외압설을 제기한 장윤 스님이 스스로 이 문제에 대해 밝히는 것이 해결의 관건이라고 보고 장윤 스님과 연락하기 위해 백방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실 이번 사태는 종단 내 주요 계파간의 갈등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동국대 이사였던 장윤 스님이 지난 2월부터 신정아씨의 가짜학위 문제를 거론한 것이나 5월에 이사에서 해임된 것 모두 계파간 갈등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조계종에서 가장 힘센 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중앙종회에는 세속의 정당처럼 출신 사찰이나 관심사, 이해관계 등에 따라 형성된 ‘종책(宗策)모임’이 여럿 있다. 중앙종회 의원 스님들은 이들 모임을 중심으로 총무원장 선거, 동국학원 운영 등 종단의 주요 현안을 놓고 다투어왔다.
여권에는 직지사 출신의 ‘무량회’ 실천불교승가회 중심의 ‘무차회’, 젊은 스님들의 ‘무차회’ 등이 있고, 야권에는 ‘금강회’ ‘보림회’ 등이 있다. 2005년 총무원장 선거에서 현 지관 총무원장을 당선시킨 쪽이 여권이고, 야권은 이에 맞섰다.
그러나 동국대 이사회에서는 야권이라고 할 수 있는 스님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사회의 핵심인 이사장 영배 스님과 영담 스님은 보림회 소속인 데 비해, 장윤 스님은 무량회 소속이다.
이 같은 세력 분포 때문에 신정아 사건은 결국 여권이지만 동국대에서는 비주류인 장윤 스님측이 야권이자 동국대의 주류인 세력을 겨냥한 것이라는 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반면 여러 면에서 현 총무원측을 도와온 변양균 정책실장을 겨냥해 외압설을 터뜨린 것은 오히려 여권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말하는 스님들도 많다.
남경욱 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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