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의 잇단 정치적 발언이 정치권 공방을 촉발하고 있다. 반응은 정략적ㆍ정파적 이해에 따라 확연히 엇갈렸다.
민주신당 대선주자들은 27일 김 전 대통령을 적극 옹호하고 나선 반면 질책의 대상이 된 민주당은 햇볕정책의 근원 문제까지 제기하며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한나라당은 김 전대통령이 대선을 지역대결로 몰아가려 하고 있다며 '훈수정치''막후정치'라고 비난했다.
김 전 대통령은 23일 열리우리당의 분당과 대북송금 특검 등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고 남북정상회담의 문제점을 지적한 민주당 조순형 의원을 비난한데 이어 26일엔 추미애 전 의원을 만나 민주신당에 힘을 실어 주는 발언을 쏟아냈다.
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이날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김 전 대통령의 발언을 "대선개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대통합은 국민의 요구이고, 김 전 대통령은 국민이 요구하는 대통합 방향에 따르는 게 순리라는 원론적이고 상식적인 얘기를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추미애 후보는 "남북 화해협력정책을 지지한다면서 정상회담에 반대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DJ의 조순형 의원 비판에 공감을 표시했다. 이낙연 대변인도 "분열로 인해 고통 받은 동지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하는 것"이라고 거들었다.
이에 대해 민주당 박상천 대표는 "민주당은 1955년 창당 이래 사실상 햇볕정책을 채택해왔다"며 "우리 당의 한 후보가 남북정상회담을 찬성한다고 밝힌 후 방법론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 남북정상회담을 훼손하거나 평화노선에 어긋난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손봉숙 최고위원은 "전직 대통령이 한 당의 유력한 대선후보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종필 대변인은 "민주신당 사람들이 동교동 문턱이 닳도록 찾아 다니며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DJ 말을 왜곡 전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김 전 대통령이 '도로 열린우리당' 대변인 것처럼 발언하고 있는데, 현실정치의 늪에서 발을 빼고 원로답게 처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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