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 외사과 소속 김모(41) 경장은 2005년 7월 의료기기 수입업체들의 약사법 위반 혐의를 조사하면서, 수사대상 업체인 A사 대표 K(45)씨가 경쟁사인 B사의 웹하드에서 불법 다운로드 받은 영업자료를 건네 받았다.
김 경장은 이 과정에서 K씨를 통해 B사의 웹하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아냈고, 이후 수사과정에서 동료 안모(41) 경사와 함께 B사의 웹하드에 수 차례 접속했다. 안 경사는 또 K씨와 K씨의 부하 직원을 통해 건네 받은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이용해 또 다른 수사대상 업체의 내부 전산망에도 접속했다.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B사가 K씨와 경찰관들을 상대로 서울청 사이버수사대에 진정을 내자 경찰관들은 “우리는 벌금만 받아도 옷을 벗는다. 지원사격을 해줄 테니 혼자 책임져달라”며 K씨의 부하 직원에게 ‘서울청 사무실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수사관들에게 용어를 설명해주려고 B사 웹하드에 접속했다’고 허위 진술을 할 것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수사팀장인 김모(48) 경위는 김 경장에게 “경찰 조사 과정에서 약속과 다르게 진술할 수 있으니 잘 대비하라”는 지시까지 했다.
그러나 K씨의 부하 직원이 검찰 조사 과정에서 허위 진술을 강요 받은 사실을 털어놓자, 경찰관들은 K씨 등에게 “잘못된다 해도 벌금형이지만, 사실이 밝혀져 우리 모두 죽게 되면 A사를 도와줄 수 없다”며 다시 압박을 가했다. 결국 K씨의 부하 직원은 검찰에서 “불법 접속은 내가 한 일”이라고 다시 진술을 번복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부(부장 김용섭)는 26일 정보통신망 침해와 범인도피 교사 혐의로 기소된 김 경위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하고, 안 경사와 김 경장에게는 각각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전성철 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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