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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극복할 수 있다] <6> 대장암 - 암치료, 현재와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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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극복할 수 있다] <6> 대장암 - 암치료, 현재와 미래

입력
2007.08.27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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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시에서 과일 도매상을 하는 정경선(57)씨는 어느 날부터 아무리 잠을 자도 피로가 풀리지 않고, 대변을 잘 볼 수 없는 증상이 나타났다. 그렇게 1년을 지내다가 물과 같은 혈변을 보고 나서야 병원을 찾았다. 2005년 11월 시간을 내 찾아간 대학병원에서 대장암 3기 판정을 받았다.

정씨는 “9남매나 되는 형제 중에 암 환자가 단 한 명도 없었고, 고기나 몸에 해로운 음식은 거의 먹지 않아 암일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해 대장암이라는 진단이 전혀 믿어지질 않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진단을 받자마자 그는 직장을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부작용 때문에 항암치료는 두 번밖에 받지 못했다. 대신 요양병원에서 6개월간 운동과 식이요법을 병행해 기적적으로 병을 완치해 현재 건강하게 잘 살고 있다.

이처럼 육식을 즐기지 않고 가족력이 없어도 간혹 대장암에 걸리는 경우가 있지만 보통 과도한 동물성 지방 섭취, 발암물질의 작용, 유전적 요인 등이 대장암의 주원인이다. 특히 지방 섭취량이 늘면 담즙산이 많이 분비되고, 담즙산은 장내 세균에 의해 2차 담즙산으로 바뀌는데 이것이 대장암을 일으킨다.

변비도 조심해야 한다. 잦은 변비로 대변이 대장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 대변 속에 든 발암물질이 대장 점막에 많이 닿게 되고 결과적으로 대장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다른 암 치료와 마찬가지로 대장암 치료도 암처럼 수술, 항암화학요법, 방사선요법 등 3가지로 이뤄진다. 기본적으로 수술을 통해 암 덩어리를 잘라내고, 재발을 막기 위해 항암제를 투여한다.

같은 대장암이라도 결장에 생긴 암은 그나마 수술이 쉬운 편이지만 그보다 아래에 위치한 직장암이라면 수술이 그리 녹록치 않다. 골반은 상부에 위치한 결장쪽보다 하부의 직장쪽이 더 좁기 때문에 직장 부위에 암세포가 생기면 관찰하기가 쉽지 않고, 미세 신경도 넓게 퍼져 있어 수술이 무척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직장암 수술 시 경험이 많은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방사선요법은 국소 재발률을 줄여주지만 전체 생존율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잘 쓰이지 않는다. 하지만 림프절에 전이됐으면 수술 전에 방사선요법을 실시하고, 골반 뼈에 암이 침범했다면 수술 후에 이 요법을 쓴다.

황대용 원자력의학원 외과 과장은 “최근에는 암을 제거하면서도 발기신경과 배뇨신경, 항문 괄약근을 보존해 기능을 살리는 수술법이 많이 이용된다”며 “그러나 암 위치가 항문에서 남성은 최소한 4~5㎝, 여성은 3~4㎝ 정도 떨어져 있어야 괄약근을 보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약물치료도 최근 들어 큰 진전을 보이고 있다. 활발히 성장하는 암의 특성에 착안해 혈관이 새로 생기는 것을 억제하는 약물이나 암세포를 키우는 인자만 차단하는 항체 등 표적항암치료제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황 과장은 “이들 표적항암치료제를 기존 항암제에 추가로 쓸 경우 치료 효과를 10~15% 정도 높이지만 약값만 1개월에 500만원 선이어서 환자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며 “의료보험 적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 암을 말한다/ 환자 -의사 신뢰가 기적 만든다

수확의 계절 9월이 다가오면 10년 전 이맘때 간암수술을 해드렸던 존경하는 스승님이 떠오른다.

대통령 주치의로 활동하셨던 서울대 의대 고창순 선생님은 당시 간암 말기로 간암이 좌측 부신(신장 위에 있는 내분비기관)과 신장 정맥에 전이돼 커다란 종양전(종양으로 생긴 피떡)을 만들고 있었다.

더 큰 문제는 하루가 다르게 종양전이 하대정맥까지 퍼지는 상황이었고, 신장 정맥의 종양세포가 하지 정맥을 타고 심장과 폐로 전이된다면 더 이상 외과적인 치료가 불가능해지는 매우 급박한 상황이었다.

당시 주위의 모든 의료진은 몹시 난감해져 은사님에게 미국이나 일본의 유명 간암센터로 옮겨 치료받을 것을 권했다. 간암 말기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수술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거의 시도되지 않았을 정도로 너무나 어렵고 위험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대통령 주치의까지 지냈을 정도로 너무나 유명한 의사에 대한 수술이 잘못됐을 경우 병원이 입을 명성과 이미지 손상도 함께 고려됐다.

하지만 나는 당시 환자의 컴퓨터단층촬영(CT)과 자기공명영상(MRI) 사진을 살펴 본 뒤 수술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 내 머리 속에는 전체적인 수술 과정이 차차 그려지기 시작했다. 암을 정복하고 싶은 외과의사로서의 욕심도 생겨났다.

이에 확신을 준 사람은 바로 은사님인 환자였다. 당신은 제자인 내게 직접 수술을 하도록 맡기시고 절대적인 신뢰를 나타냈다.

시간을 지체할 상황이 아니어서 환자와 상담 후 5일 만에 전격적으로 수술을 단행했다. 장장 15시간에 걸친 대수술이었다. ‘정정맥 우회술’이란 특수 수술 기법을 통해 좌측 부신과 좌측 신장정맥의 종양전을 모두 제거하고 간암이 숨어있던 간 중심부를 완전히 절제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고 합병증도 나타나지 않았다.

모든 외과 수술에는 위험이 상존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 상태에서 환자를 치료할 가장 좋은 방법을 찾아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환자가 질병을 정복하려는 의료진의 도전정신을 전적으로 신뢰한다면, 그 신뢰는 집도의로 하여금 뜨거운 열정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 열정은 병을 치유할 수 있다는 확신으로 이어져, 결국 질병 치료라는 열매를 거둘 수 있다.

10년 전 내 은사님은 집도의를 전적으로 신뢰해 병마를 이겨냈으며 현재에도 건강하게 활동하며 지내신다.

지금도 암과 싸우고 있는 수많은 암 환자들이 내 은사님처럼 의료진을 전적으로 신뢰해 건강을 되찾기를 바란다. 오늘도 벽에 걸린 칠판에는 내가 집도해야 할 수술 일정이 적혀 있다. 휴식은 잠깐, 수술실로 가서 또다시 암과의 한판 전쟁을 벌여야겠다.

도움말:세브란스병원 종양학과 안중배 교수

공동기획 : 한국일보사 · 국립암센터

후원 : 보건복지부 · 삼성생명 · 대한생명 · SK텔레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 표적 치료항암제는?

Q 표적 치료항암제는?

A 기존의 항암제는 세포분열 주기를 저해하기 때문에 암세포 뿐 아니라 정상세포까지 공격합니다. 표적치료 항암제란 암세포에 특히 많이 나타나는 특정한 단백질을 표적으로 해서 암의 성장ㆍ분화, 암세포 주위의 혈관 생성, 다른 조직 침투나 전이를 막는 새로운 개념의 항암제입니다.

Q 어떤 것이 있나요.

A 암세포 표면의 표피성장인자 수용체를 막는 약물이 있고, 암세포 주위의 혈관 생성을 억제하는 약물이 개발돼 임상치료에 쓰이고 있습니다.

Q 어떤 효과가 있나요.

A 기존 치료제와 병용해 투여할 경우에 효과가 뛰어납니다. 1차 요법 뿐 아니라 모든 표준치료요법에 실패한 환자에게서도 생존기간을 연장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또한 부작용이 적어 기존 화학요법제와 병용시 효과를 더 높일 수 있습니다.

Q 언제 복용하나요.

A 약물에 따라 전이된 대장암에서 1차 요법으로 사용될 수 있고, 2차나 3차 요법으로도 가능합니다. 최근에는 많은 표적 치료제들이 1차 요법으로 임상이 많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다만 이 치료제가 머크사의 얼비툭스 등 2개의 약물이 시판 중이나 보험 급여는 되고 있지 않습니다.

도움말:세브란스병원 종양학과 안중배 교수

공동기획 : 한국일보사 · 국립암센터

후원 : 보건복지부 · 삼성생명 · 대한생명 · SK텔레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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