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아프간 이슬라믹 프레스(AIP)의 '한국인 인질 전원 석방 합의' 보도에 대해 정부와 탈레반측은 각각 "공식적으로 합의된 사항은 없다" ,"협상에 진전 없다"며 부인했다. 그러나 정부의 움직임과 정보들을 종합하면 최근 양자 간의 협상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정부 일각에서는 탈레반측이 포로석방 대신 한국 정부가 응할 수 있는 새로운 요구조건을 제시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국 정부는 요구조건을 들어주는 대가로 피랍 한국인 19명 전원의 석방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소식통은 26일 "그 동안은 탈레반측이 자신들의 포로석방 요구를 한국 정부가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을 납득하는 단계였다"면서 "지금은 다른 문제(요구조건)들을 놓고서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또 "탈레반측도 조기해결을 바라고 있는 것으로 보여 수일 내 결과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아사히신문 인터넷판은 "탈레반측이 인질석방 조건으로 1인당 10만달러씩의 몸값을 요구해왔다"고 26일 보도했다.
이런 정황들이 사실이라면 인질석방에는 청신호가 켜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탈레반측은 그 동안 줄곧 "돈에는 관심 없다"고 말해왔지만, 지난해 10월 납치한 이탈리아 사진기자를 200만 달러를 받고 풀어준 적이 있고, 4월 프랑스인 2명을 풀어주면서도 물밑으로는 돈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AIP는 "한국측이 아프간 주둔 한국군을 수주 내에 철수시키고, 현지에서 활동하는 기독교 선교사들을 귀환시키는 조건으로 탈레반측이 인질들을 곧 풀어줄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탈레반측이 이를 즉각 부인한데다 정부도 "아프간 주둔군 즉각 철수 요구는 실현 가능성이 없다"며 부인했다.
설령 보도 내용이 맞더라도 몸값을 받고 인질을 풀어주는 데 대한 비판여론을 피하기 위한 '명분 쌓기 용'으로 이런 조건을 내걸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물론 아직 안심할 수준은 아니라는 관측도 많다. 탈레반의 태도변화가 인질들의 처리와 관련한 최종 결정권을 가진 이른바 '지도자위원회'의 결정을 토대로 한 것인지 여부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납치 무장단체를 이끌고 있는 탈레반 사령관 압둘라 잔은 일본 교도통신과의 전화 통화에서 "지도자위원회가 조만간 인질처리와 관련한 결정을 내리고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16일 이후 중단된 한국협상단과 탈레반측의 대면협상이 본격적으로 재개되지 않은 것도 석방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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